인천은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차례의 대선 모두에서 인천의 정당별 득표율은 전국 평균 정당별 득표율과 가장 유사했다.

2002년 16대 대선 새천년민주당 노무현과 한나라당 이회창 대결에서 인천은 49.8대44.6, 전국은 48.9대46.6으로 인천과 전국의 득표율은 1~2%p 차이에 불과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이명박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결에서 인천은 49.2대 23.3, 전국은 48.7대 26.1로 각각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정점에 이른다. 새누리당 박근혜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결에서 인천과 전국이 51.6대48.0으로 똑같은 수치가 나온 것이다. 이후에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득표율은 인천 41.2대 20.9, 전국 41.1대 24.0으로 비슷한 양상이 계속됐다.

이 같은 평가는 좋게 말하면 인천에서 성공하면 전국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지만, 거꾸로 얘기하면 인천은 아무 노력도 할 필요가 없는 도시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20대 대선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인천에 그렇게 친절해 보이지 않는다.

연일 전국을 돌며 '호남은 사회적 어머니', 'TK의 아들'을 부르짖는 이재명 후보나 '충청의 아들', '강원도의 외손자'를 외치는 윤석열 후보의 모습에서 별다른 변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부러운 사람이 지는 것'이라는 만국 공통의 룰을 따르자면 인천은 이미 다른 도시들에게 패배했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을 따져 봐도 어디 하나 걸리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출신 이정미 후보는 정의당 예선에서 떨어졌고, 인천시장을 두 번이나 지낸 안상수 후보도 국민의힘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어디 이번뿐이랴. 역대 대선에서 인천과의 연고를 강조하던 후보를 본 적이 없다.

평소에는 혈연, 학연, 지연을 망국병이라며 비판하지만 대선 때가 돌아오면 후보들은 이들 삼총사를 앞세워 전국 유세에 나선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맞장구치며 대선캠프에 지역현안이 담긴 공약건의서를 내민다. 지역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렇다면 인천 입장에서 사활을 걸고 대선 공약에 반영시킬 현안은 무엇일까.

환경특별시를 내세우며 새로운 녹색도시를 꿈꾸는 인천으로서 제1의 현안은 무엇보다 수도권매립지 해결이다.

2025년 매립종료와 발생지처리 원칙을 내세우는 인천의 입장은 어느 정도 대선공약에 반영되고 있을까. 지금까지 여야 후보들의 발언들로 봐서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먼저 여야 후보들의 발언을 되새겨 보자.

이재명 후보는 지난 9월28일 인천을 방문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대해 “인천과 경기, 서울 등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지금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권한 밖”이라며 “'폐기물 발생지 처리와 친환경매립지 조성'의 원칙하에 인천시민들이 동의할 수 대안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만들어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윤석열 후보도 지난 10월7일 인천을 방문해 “집권하면 총리실에 조정기구를 만들어 이른 시일 내에 (수도권쓰레기 매립지의) 대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어 “(2025년 매립종료에 대해) 정부와 광역 단체 간에 한 공법상의 약속으로 지켜져야 한다”면서 “신속하게 대체지를 찾는 과정에서 협의가 늦어지면 그에 따른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얼핏 보면 인천의 요구를 반영한 듯 보이지만 인천의 희망과는 궤를 달리하는 발언이다.

인천이 요구한 2025년 매립종료와 발생지 처리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후보의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안을 만들어내겠다는 발언도, 윤 후보의 협의가 늦어지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발언도 현실적으로 수도권매립지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인천으로서는 이번 대선에서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약속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1t트럭 1억5000만대가 드나들며 버린 세계 최대 쓰레기 매립지를 30년 넘게 안고 살았으면 충분하지 않은가.

인천의 아들이나 손자가 아니더라도 이번에는 외면하지 않기를 대선후보들에게 기대해본다.

 

/남창섭 정치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