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높이로 경쟁하는 시대에 대한 종언이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높이 지향 랜드마크에서 지역의 대표성을 부여하는 상징성 높은 시그니쳐 타운으로의 전환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동안 높이 200m, 층수 50층 이상의 건물을 일컫는 마천루(摩天樓), 영어로 'Sky-scraper' 논쟁에 휩싸였던 인천에서 랜드마크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는 '시그니쳐 타운'으로의 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11월30일 송도국제도시 G타워 민원동 3층 대강당에서 열린 송도국제도시와 랜드마크 시민토론회에서는 랜드마크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면서 높이가 아닌 상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 토론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연간 건설된 200m 이상 초고층 빌딩수는 2013년 73개에서 2014년 104개, 2015년 115개, 2016년 130개로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17년에 147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높이지향성의 랜드마크 경쟁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종언을 선언했다. 200m 이상 초고층건물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앞으로 500m 이상 신축 전면 불허, 250m 이상 엄격히 제한하기로 하면서 건물 높이 경쟁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이명식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회장은 “세계 초고층건물의 트렌드는 수직으로만 올라가는 초고층에 지역성을 대표하는, 그리고 시민을 위한 상징적 아이템을 부가해 만들어지는 시그니쳐 타운이 랜드마크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렇게 조성된 랜드마크가 도시를 상징하고, 세계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이+상징성=랜드마크'라는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4의 촬영지로 유명한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는 2010년 이후 지금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부르즈 칼리파의 높이는 828m에 달한다.

2022년이 되면 세계 1위 자리는 바뀐다.

세계 최초로 건물 높이가 1㎞를 넘는 빌딩이 세계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타워(Jeddah Tower)가 완공되면 1007m 높이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의 828m보다 179m나 높다.

초고층건물 전문가이면서 한국의 초고층건축학회를 이끌고 있는 이명식 회장은 초고층건물에 대한 검토 조건으로 ▲일조권 및 빛 반사 ▲싱크홀 등의 지반 침하 ▲수직 피난거리에 따른 재난 대응 ▲연돌 현상의 검토 ▲풍력에 의한 마감재 파손 및 횡력 저항 시스템 검토 ▲구조물량 및 구조안전성 비교 검토 ▲건설비용에 대응한 최적 층수 비교 검토 ▲시대변화 및 사회변화 : 환경문제, ESG 시대 등의 검토 등 8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세계 1위라는 대표성은 후속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면 금세 상징성도 사라지게 된다. 높이만 가지고 상징을 갖고, 그 상징에 의해 도시가 발전하는 사례는 사실상 많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짓기로 한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설계를 높이 569m, 105층 1개동을 짓는 것에서 50층짜리 3개동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개동에서 3개동으로 건물수가 늘어나는 만큼 세계 수소전기차를 선도하는 현대차그룹과 코로나19시대 세계 혁신국가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징성을 담을 것이다.

높이가 전부가 아니고, 도시의 상징성을 담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그렇다면 우리 송도국제도시에는 어떤 상징성을 담아야 할까?

어차피 151층이나 100층이나 높이로는 세계에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GCF 사무국 유치도시로서 송도국제도시가 이를 상징하는 탄소제로 시그니쳐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

인천경제청을 비롯한 GCF 사무국 등 주요 국제기구가 밀집한 G타워로는 예정된 GCF 사무국 인원을 수용하기에도 어렵다. 그래서 인천시는 GCF 콤플렉스 건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건축물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GCF 사무국 유치도시다운 탄소제로 시그니쳐 랜드마크로서의 송도국제도시를 기대해 본다.

 

/김칭우 경제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