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첫 삽을 떴다. 인천해양박물관은 수도권 최초의 국립해양문화시설로 해양과 관련한 전시 공간이자 학술·문화의 전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전시 기능 외에 볼거리가 있는 콘텐츠 추가를 바라고 있다. 볼거리란 아쿠아리움(대형 수족관)을 지칭하는 듯싶다. 인천의 한 국회의원은 해수부 장관에게 인천해양박물관 내에 아쿠아리움 건설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아쿠아리움이 처음 화두로 떠오른 때는 2003년이다. 당시 인천시는 송도유원지 아암도 주차장 배후부지에 아쿠아리움을 민자 유치를 통해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돈이 될만한 곳엔 어중이떠중이 모여드는 법이다. 시가 직접 조정해야 할 정도로 여러 업체에서 사업을 제안해 아쿠아리움 사업은 과열 양상마저 띠었다. 인천시는 코엑스 아쿠아리움(2500t)의 1.5배에 달하는 4000t의 아쿠아리움을 세워 650여종 5만5000마리의 해양생물을 전시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2006년 4월 마침내 국내 최대 규모의 수족관 '인천 아쿠아리움'을 착공한다. 그러나 호언장담이 공갈포가 되는 데에는 몇달이 걸리지 않았다. 착공식 때 파낸 흙이 채 마르기도 전에 '인천 아쿠아리움'은 사업자가 사업자금 금융권 대출 약정서를 제출하지 않아 전면 백지화된다. 해를 넘긴 2007년 7월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NSC)가 송도국제도시 중앙공원에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 건립 계획을 제출하며 아쿠아리움 망령은 되살아난다. 2014년에는 영종도 1단계 투기장에 조성할 '드림아일랜드' 사업에 아쿠아리움 건립이 포함되기도 했다.

형형색색의 색채감을 뽐내며 화려한 비주얼의 바닷속 모습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해양 동식물을 볼 수 있는 아쿠아리움은 매력적인 공간이긴 하다. 세계 5대 아쿠아리움의 하나로 단일 수조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두바이 아쿠아리움을 보더라도 아쿠아리움이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아쿠아리움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할 해양 생물을 가둬놓은 감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국 수족관에 있는 돌고래들이 폐사하는 일까지 있어 동물 단체는 수족관의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피타고라스 정리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인간을 대할 때뿐 아니라 인간 아닌 동물을 대할 때도 정의의 법칙을 준수하라”는 말을 남겼다. 피비린내 나는 희생 제사 대신 유향과 향초를 쓰게 했으며 채식주의자로 제자들에게 육식을 금했던 피타고라스가 아쿠아리움에 갇힌 돌고래 등 해양 동물을 보면 기겁할 노릇이다. 피타고라스가 말한 '정의의 법칙'을 따르지 않더라도, 박물관은 박물관다워야 한다.

/조혁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