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의 전국 심포지엄 제11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가 '접경수역 도서의 상생발전과 평화정착'이라는 대주제로 11월26일부터 28일까지 인천에서 개최된다. 이와 같은 뜻깊은 행사가 성공리에 진행되기를 기원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본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 사이에 가장 충돌이 많고, 교전이 많이 발생한 곳이 바로 서해5도 수역이다. 서해5도 수역만 보면 한반도 휴전체제가 과연 전쟁 종결인지 아니면 전쟁 계속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정전협정 자체는 접경 지역 3곳, 즉 비무장지대, 한강하구, 서해5도 수역 가운데 서해5도 수역을 가장 평화상태에 가깝게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이점을 잊고 있다. 정전협정에서 서해5도 수역은 민간용 선박의 왕래에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았다. 주민들의 왕래에도 유엔사의 허가가 필요없다. 서해5도 수역은 전적으로 남북의 합의에 따라 규율해 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휴전 이후 서해5도 수역에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한국전쟁 후 남북의 적대와 긴장은 해소되지 않았으며, 남측 군부는 NLL을 그어 선박 운항의 북방 한계를 정하였다. 그러나 국제 해양법 발전에 따라 12해리 영해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이 국제적 원리가 되면서 대립은 더욱 첨예해졌다. 특히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의 해역에서 남측의 NLL과 북한의 12해리 영해가 중첩되었다. 남측은 어로한계선(조업한계선)을 낮추었다. 그러나 북방한계선은 유지되었고, 남북 사이 군사적 충돌은 계속되었다.

서해5도의 평화는 한반도 전체의 안위를 좌우할 수 있는 위험하고 예민한 지역이 되었으며, 남북 정상도 그에 대한 안정적 관리를 서둘렀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해운합의서'를 추진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합의를 보았다. 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초도와 남한 덕적도 사이에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을 설정하고, 남북정상은 남북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에 대하여도 합의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추가적 진전이 없었다. 원칙에서는 합의를 보았지만, 구체적인 실행에 있어 남측의 NLL과 북측의 12해리 영해의 충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이제 남북이 진정 평화에의 의지가 있다면, 다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뜻이 있다면 길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정전협정 당시로 다시 돌아가는 해법을 제안해 본다. 정전협정에 따른 해법은 남북이 모두 수용가능할 것이며, 또 국제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전협정 당시 서해5도 수역에 해상 군사분계선은 규정하지 않았다. '공해 자유(Mare Liberum)의 원칙'에 따라 서해5도 수역은 남북 그리고 세계에 개방된 곳으로 규정된 것이다. 다만, 남북의 영해, 즉 인접해면에 대하여는 배타적 관할을 인정하였을 뿐이다. 인접해면의 범위에 대하여 공산측과 유엔사는 12해리와 3해리의 대립 사이에서 합의하지 못하였지만, 12해리와 3해리 사이에 다툼이 있다면, 최소 3해리에 대한 합의는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남측은 북한 육지로부터 3해리 영해를 침범하지 않도록 남측 선박의 북방 진출 한계로서 NLL을 정했다.

이제 다시 그와 같은 정전협정의 정신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서해5도 수역 특히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에서 남북의 배타적 영역은 3해리로 축소하고 나머지 수역은 남북이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하는 수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남북 쌍방의 공동 양보를 수반한다. 북측은 NLL을 그 본래의 성격대로 남측 초계활동의 한계선으로 인정하고, 남측도 북한 선박의 남하와 북한의 해수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 이는 또한 남북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해상 적대행위 중단 원칙을 발전시켜 서해5도 수역에서 어업지도와 항행 규제를 민정 경찰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남북 주민들의 인도적, 경제적 교류와 공동생활권 복원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정전협정에 부합하는 해법이기에 남북만이 아니라 유엔사와 중국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사가 단순히 북한을 적대하는 군대가 아니라 정전체제 평화관리의 군대라고 한다면 위와 같은 남북의 결단과 합의를 촉구하고 지지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서해5도에서의 남북의 합의와 미·중의 지지는 곧 한반도 평화협정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