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쟁서 지역감정 부추기는 일 말아야
▲ 두 마리가 곱게 짝지은 아름다운(麗려) 사슴을 뜻할 때는 麗(리)로 읽는다. /그림=소헌
▲ 두 마리가 곱게 짝지은 아름다운(麗려) 사슴을 뜻할 때는 麗(리)로 읽는다. /그림=소헌

7세기 중엽 강성해진 백제百濟로부터 위협을 느낀 신라新羅는 김춘추를 당나라(唐)에 보내어 군사동맹을 맺는다. 급기야 660년 ‘소정방’은 수로를 통해 군사 13만 명을 거느린 후 백강에 진을 쳤고, 김유신은 5만여 명의 병력을 이끌고 황산벌로 향했다. 예상치 못한 협공을 받게 되자 다급해진 의자왕은 계백을 불러 특명을 내린다. “계백아 니가 거시기해야 것다.” 결사를 각오한 계백(박중훈 扮)은 전투에 나가기 전 가족을 죽이려고 칼을 뽑았다. 그러자 김선아(아내 扮)는 말한다. “호랑이는 가죽 땜시 디지고, 사람은 이름 땜시 디지는 거여!” 이윽고 벌어진 전투, “아쌀하게 거시기해불자!(계백)”, “함 붙어 보자카이!(김유신)” - 영화 '황산벌' 중에서.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는 민주공화당 박정희와 신민당 김대중의 양강구도로 나타났다. 당시 위기에 몰린 박 정권은 출신지역의 정서를 악용하였다. 이효상(6~7대 국회의장)은 ‘문딩이가 문딩이를 안 찍으면 누가 찍나?’, ‘신라출신의 경상도 대통령’ 등 노골적으로 선동하였는데, 종반에 가서는 ‘호남인이여 궐기하라’며 지역감정을 일삼았다. 이러한 망령은 진화하여 전라디언·홍어, 경상도쪽바리·흉노 등 서로를 비하하는 자극적인 단어를 만들어 냈다.

이택위태(麗澤爲兌) 맞닿아 있는 두 연못이 서로 물을 대주니 마르지도 넘치지도 않고 윤택하다. 주역周易의 58번째 괘인 ‘兌(태)’에서 따왔다. ‘연못’을 뜻하는 괘가 위아래에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마치 ‘소녀’ 둘이 기쁘게 웃는 모습을 나타내며, 벗끼리 서로 도와서 학문과 덕을 닦음을 비유한다. 더 나아가서는 다른 마을의 사람들이 서로 통하여 순조롭다는 뜻이다. 참고로 麗澤齋(이택재)는 조선후기 실학자 안정복을 추모하기 위한 사당으로 본 괘에서 연유한다.

 

麗 려/리 [곱다(려) / 짝(리)]

①丽(려)는 꾀꼬리 두 마리가 곱게 짝지은 모습에서 ‘짝짓다’가 원뜻이다. ②제부수 글자 鹿(록)에는 뿔 달린 날씬한 사슴 모습이 보인다. ③두 쌍으로 난 뿔(丽)은 사슴(鹿)을 아름답게(麗려) 꾸며준다. ④짝 또는 꾀꼬리로 쓸 때는 麗(리)로 읽는다. ⑤고운 글자에 어찌 여인이 빠질 수 있겠는가? 아름다운 사람은 婯(려)로, 동물은 麗(려)로 구분하여 쓰는 것도 좋겠다.

 

澤 택 [못 / 늪]

①睪(역)은 罒(그물 망)과 幸(다행 행)으로 이루어졌다. ②睪(엿볼 역)은 감옥(罒)로 갇힌 죄인이 다리에 차꼬(幸)를 차고 있는데, 간수가 이를 엿보고 감시하는 모습이다. ③睪(가릴 역)은 목에 칼(幸)을 쓰고 있는 죄인들을 쓱 보고는(目) 쓸 만한 놈들은 가려서 쓰려는 것이다. 후에는 죄수를 손(扌수)으로 잡아끌어 내는 擇(가릴 택)을 새로 만들게 된다. ④澤(택)은 물자리(氵)를 잘 보고(睪) 만든 연못(늪)을 뜻한다.

 

지난 7월 윤석열 후보는 대구에 가서 ‘코로나로 인한 민란’ 발언을 했는데, 광주에서 국민통합을 외친지 불과 이틀 뒤였다. 지역감정에 호소하여 정부에 대립각을 세워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주 5·18민주묘지 방명록에 쓴 글이 또 말썽이 되었다. ‘오월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는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 것이며 전두환 칭송 발언을 한 다음에 올린 ‘개사과’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대선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일도 커질 것이 불 보듯 하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를 악용하는 자들은 스스로 폐허의 늪(澤)에 갇힐 것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