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기워낸 재봉틀과 내가
먼지 앉은 노루발을 스스로 털어낼 수 없을 때
우리가 해 입을 수 있는 건 한 벌의 적막이다
툭하면 풀리던 실밥같은 젊은 날들을
밑실과 윗실이 어금니처럼 꽉 물고
드르륵 한 끼니를 박았다 …
-노루 발자국 中
2005년 『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시단에 나온 임경남 시인이 16년 만에 첫 시집 <기압골의 서쪽은 맑거나 맛있거나>를 출간했다.
인천문인협회 회원인 그는 전업주부로 살다가 그동안 썼던 시를 엮어 책으로 펴낸 것이다.
첫 책 답지 않게 그의 시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공감각적 시어로 가득하며 생경하다. 시적 대상을 직접 진술하거나 감상에 물들지 않고 대상을 객관화해 섬세하고도 내밀하게 묘사했다.
시집 출간 즈음 임 작가는 수필 <나 데리고 잘 사는 법>도 펴냈다. 100세 시대 50대의 변곡점을 맞은 그가 어떻게 꿈의 단서를 발견하고 하루하루를 쌓아갈지, 어떻게 사소한 일상을 바꿔 다른 삶으로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고심한 자기계발서다.
임경남 작가는 “시를 쓰고 시집을 내면서 삶의 난청지대를 빠져나온 느낌”이라며 “나이 들수록 내 안에 있는 것을 뾰족하게 갈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1년에 1권 정도 책을 내며 늙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저작권자 © 인천일보-수도권 지역신문 열독률 1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