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압골의 서쪽은 맑거나 맛있거나, 임경남 지음, 북인, 120쪽, 1만원
▲ 기압골의 서쪽은 맑거나 맛있거나, 임경남 지음, 북인, 120쪽, 1만원
▲ 나 데리고 잘 사는 법, 임경남 지음, 수필과비평사, 290쪽, 1만4500원
▲ 나 데리고 잘 사는 법, 임경남 지음, 수필과비평사, 290쪽, 1만4500원

먼 길을 기워낸 재봉틀과 내가

먼지 앉은 노루발을 스스로 털어낼 수 없을 때

우리가 해 입을 수 있는 건 한 벌의 적막이다

툭하면 풀리던 실밥같은 젊은 날들을

밑실과 윗실이 어금니처럼 꽉 물고

드르륵 한 끼니를 박았다 …

-노루 발자국 中

2005년 『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시단에 나온 임경남 시인이 16년 만에 첫 시집 <기압골의 서쪽은 맑거나 맛있거나>를 출간했다.

인천문인협회 회원인 그는 전업주부로 살다가 그동안 썼던 시를 엮어 책으로 펴낸 것이다.

첫 책 답지 않게 그의 시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공감각적 시어로 가득하며 생경하다. 시적 대상을 직접 진술하거나 감상에 물들지 않고 대상을 객관화해 섬세하고도 내밀하게 묘사했다.

시집 출간 즈음 임 작가는 수필 <나 데리고 잘 사는 법>도 펴냈다. 100세 시대 50대의 변곡점을 맞은 그가 어떻게 꿈의 단서를 발견하고 하루하루를 쌓아갈지, 어떻게 사소한 일상을 바꿔 다른 삶으로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고심한 자기계발서다.

임경남 작가는 “시를 쓰고 시집을 내면서 삶의 난청지대를 빠져나온 느낌”이라며 “나이 들수록 내 안에 있는 것을 뾰족하게 갈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1년에 1권 정도 책을 내며 늙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