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부두 120여 업체 결성 '23년'
수도권 활어시장 30% 이상 차지
연간 거래액 4000억·규모 45000t

서해안 지리적 이점·접근성 양호
공동창고 유치, 수입 물류비 절감
해수 공급 등 사업 저변화 다각화

관광객 유치·도시브랜드 시너지
노량진·자갈치 버금갈 '인천명물'
수차례 무산 '공용 도매시장' 사활

인천수산물유통업은 수도권 활어시장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다.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은 인천연안부두(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 형성된 120여개 활어도매업자들이 지난 1997년 결성한 단체다. 2019년 말 기준 연간 거래 규모가 4만5000여톤에 달하며 거래 규모도 4000억원이 넘는다. 비조합원들을 포함하면 대략 2배에 이른다. 인천 수산도매유통업은 도매업체당 연간 매출액이 20억∼30억원에 이른다.

▲ 인천수산물도매업들이 모여있는 곳에 위치한 인천수산물유통협동조합.
▲ 인천수산물도매업들이 모여있는 곳에 위치한 인천수산물유통협동조합.

인천수산물유통협동조합은 수산물유통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수산도매유통업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범위에서도 벗어나 각종 지원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 출범 당시에는 유통인이라는 규정에 묶여 수산인으로 포함되지 못해, 중소기업중앙회 소속으로 등록해 활동해 왔다. 조합이 설립된 지 23년이 됐지만, 국내 최대 장외 활어 유통시장 해양수산 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수산정책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참고로 수산업법에는 전기, 금융, 법인 지원 등 업종 특성을 고려한 지원 대책이 포함돼 있다.

김정화 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제조업과 유통업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수산업도 건강한 체계를 갖출 수 있다”며 “유통 시스템이 안정화돼야 제조업도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데, 유통업에 대한 지원책은 미미하다”라고 말했다.

 

▲연안부두의 상징, 수산물 유통의 중추…인천 수산물유통업

인천 연안에서 잡힌 자연산을 경매해 유통하는 인천수협 활어 공판장이 있던 연안부두는 양식산업의 발전으로 도매업체들이 하나둘 자리 잡으며 연안부두의 상징이 됐다. 또, 20여 년 전 연안부두에 제1국제여객터미널이 들어서면서 매립과 함께 바닷가에 철책이 들어섰다. 바닷가 앞에 성업 중이던 대형 횟집들은 수산물 도매업체로 자연스레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인천지역 수산물 유통업계는 인천지역의 소매업체뿐 아니라 서울·경기 등 영호남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횟집에 납품하는 업체가 상당수다. 현재 연안부두를 중심으로 한 도매업체의 매출액은 143개 사업자 3800억원 규모다. 꽃게철에만 800억원 시장이 형성되며, 인천종합어시장을 통해 연간 100억원 매출이 발생하고, 낙지, 킹크랩, 냉동수산물까지 합하면 연간 5천억원대의 매출이 발생한다.

인천은 수도권·중국·북한 등 지역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로서 유통의 이점을 갖고 있다. 연안부두 활어도매업체들이 전국구 도매업체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은 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등 접근성이 좋고, 해수 취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 폐수 방류 등 바다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며 중국, 베트남 등 수산물 수입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농어, 도미 등 열대성 어류들은 중국산·일본산이 대부분이다. 수도권에 공급되는 수입 어류들은 통영에 입항했다가 인천으로 운송된 후 수도권에 공급된다. 이때 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은 공동창고를 유치해 수입 어류들을 보관함으로써 물류비를 낮추고 있다.

▲ 김정화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
▲ 김정화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

▲수산물 유통…인천 대표 산업으로 키워야

연안부두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도매업체들은 현대화된 유통시설이 없어 성장에 한계를 겪고 있다. 노후화된 시설, 주차장 문제 등 접근성이 어렵고, 체계적 관리와 종합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 또 냉각, 정수, 살균 등 시설비가 많이 들어 도매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인 애로사항이 많다.

이에 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은 조합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수 공급 사업 등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한다. 최근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활어차나 횟집 등에 공급되는 해수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일정한 수온 유지 및 살균 정수 처리된 해수 공급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은 현재 운영 중인 국제여객터미널이 이전되면 배후시설 부지를 확보해 해수공급시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수산물 유통체계의 효율화와 수산물유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책을 추진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수산물 유통시책과 조화를 이루면서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지역 수산물유통에 관한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처럼 수산물유통관련법은 수산물유통산업을 위한 정부 지자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에는 수산물유통을 지원하는 전담 부서가 없다. 참고로 부산시, 전라남도 등 타 지자체에는 해양물류국이나 수산유통가공과가 신설되며 전담부서가 있다.

수산물시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수도권에 신선한 수산물을 제공하는 인천 수산물 도매유통 지역은 국내외 관광객 유인효과로 도시브랜드를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생산자가 수산물을 적정 가격에 팔 수 있고, 소비자는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한 시스템 구축시 인천의 수산물 도매유통지역은 대한민국의 명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현재 다른 지자체에서는 공영도매시장 건축을 통해 수산물 생산, 유통, 소비의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서울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감천항 국제수산물도매시장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인정하는 제도권 시장에 진입할 경우 활어 시장 거래 규모는 1조원 이상 달성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 혼잡한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전경. 인천수산물유통협동조합은 연안여객터미널을 이전이 완료된 제1국제여객터미널로 옮기고 주변에 수산물 유통 전문단지 건설을 촉구했다. /인천일보DB
▲ 혼잡한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전경. 인천수산물유통협동조합은 연안여객터미널을 이전이 완료된 제1국제여객터미널로 옮기고 주변에 수산물 유통 전문단지 건설을 촉구했다. /인천일보DB

▲인천 수산물업 활기 띠려면…수산물 공영도매시장 필요

인천수산물협동조합은 수산물 공영도매업 단지를 형성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인천은 2500만 수도권의 수산물업의 핵심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 내 수산물도매시장은 단 1개도 없다. 서울시 노량진 수산물 도매시장, 가락동 수산물 도매시장을 비롯해 최근 평택항까지 수도권 거점의 경쟁 시장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서해안을 끼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종합어시장과 인천활어도매시장 등을 통합하는 수도권 수산물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시도는 1995년부터 있었으나, 6차례 무산됐다. 최근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부지 일부를 수산물도매단지로 조성하는 방안 검토됐으나, 이마저도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 계획이 발표되며 좌절됐다. 인천시는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을 1조3천억원의 경제유발효과·고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항만공사는 부지 활용에 있어서 수출 중심의 항만의 기능을 상실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과 연안부두 주민 5천62명은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계획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협동조합은 인천시와 중구, 인천항만공사, 해양수산부에 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반대와 활어전문 수산물 유통단지 조성을 촉구했다.

김정화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관광특구인 연안부두 지역은 대형 컨테이너와 화물차량, 모래부두, 석탄부두 등이 있어 지역주민과 이곳에 상주하는 업체들은 교통혼잡, 비산먼지로 30년째 고통을 겪고 있다”라며, “국제여객터미널과 배후부지의 이전계획으로 대체 시설로 계획된 중고자동차 수출단지 조성은 지역주민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천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은 지난 10월 '제2차 인천시 수산물·어촌 발전계획 수립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인천시·인천항만공사·수협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산물유통센터 조성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중간보고회에서는 연안부두 외 가상 매립지, SK 저유소 부지 등 다른 부지들도 검토 대상으로 논의됐으나, 면적, 부지 모양 등 현실적인 입지 요건의 어려움이 있다.

조합이 대안으로 모색하는 최적화된 부지들은 모두 인천항만공사 소유다. 인천 수산업계가 처한 애로사항에 대해 지난 1일 중소기업·소상공인 및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항만공사 부지를 활용하는데 지자체만의 움직임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면서도 “연안부두 일대를 정비하기 위해 중앙정부, 항만공사와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화 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항만 부지의 용도를 수산업으로 업종 변경이 어려운데다 개인, 협동조합으로는 부지를 얻는데 한계가 있다”며 “해양수산부·인천시의 정책적인 지원으로 연안부두를 수도권 수산물 산업 클러스터로 개발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현민 기자 palette@incheonilbo.com·공동기획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