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파파' 커피이름이 아니다.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유모차를 끌며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웨덴 아빠들을 지칭하는 말인 '라떼파파(Lattepapa)'는 스웨덴의 남녀 공동육아문화를 가장 잘 나타낸 말이기도 하다.

1974년 세계 최초로 '부모 공동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스웨덴은 총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부부에게 제공하고 있다. 부부 각자에게 240일의 휴직 기간이 제공되고, 이 중 각각 의무기간 90일을 제외한 나머지 일수를 부부가 공유하여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빠가 90일 의무기간을 사용한 후 남은 150일을 더해 엄마가 390일까지 휴직이 가능한 구조다. 또한 휴직급여는 스웨덴 사회보험청에서 240일 중 195일에 대해 월급의 80%를 지급하고, 나머지 45일에 대해서는 우리 돈 2만원가량의 정액분을 지급한다.

스웨덴에서 '부모 공동 육아휴직 제도'의 도입은 일-가정 균형을 통한 남녀평등 문화의 확산,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로 인한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가장 평등하고 남성들의 육아휴직 참여율이 높은 나라로 발전했으며, OECD 회원국 중 꾸준히 평균을 웃도는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는 국가로 자리 잡았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연속 0명대를 기록하며 0.84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전년에 대비해서도 합계 출산율이 0.08명이 추가로 감소하였다. 합계 출산율은 여자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70년대 4.53명에서 2020년 0.84명까지 지속해서 감소하여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OECD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이 1.0 이하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첫째 아이 출산연령 또한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연령대인 31.6세이다. OECD 국가들 대부분이 20대에 첫째를 출산하는데 우리나라는 30대에 첫째를 출산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허용하는 남성 육아휴직 기간이 17주로 OECD에서 가장 긴 편이다. 그런데도 부부 공동육아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은 법이 아닌 '실제' 우리 사회에서 허용하는 남성 육아휴직 기간이 이에 비해 현저히 짧기 때문이다.

최근 남성의 낮은 육아 참여를 비꼬는 말로 '독박육아'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만 봐도 육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변화가 필요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남녀갈등을 해소하고 건강한 양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남녀 공동육아문화 조성을 위한 인식 전환과 현실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남성의 육아 참여에 대한 사회 인식과 복지 제도의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사회구조가 변하고, 일자리, 부동산, 빈부 격차와 같이 혼인율과 출생률을 저하하는 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함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라떼파파가 되기 위해서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아직도 남성육아참여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휴직으로 인한 생계비 문제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남성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기관은 벌금, 책임자는 곤장 20대, 당사자는 가산점을 주자는 '웃픈'(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네살 두살 두 남매를 키우는 아빠이자 시민으로서 하루빨리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지역소멸, 초고령사회등의 인구위기를 지방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개헌을 통한 완전한 자치분권실현) 만들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