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재 인천자주평화연대 상임대표가 강회지역 민간인 학살사건의 진상규명에 함께 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 강화지역에서 무고하게 희생당한 민간인 피해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30일 오전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위령지에서 열렸다.

인천강화유족회 주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윤호상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의장과 방선일 인천강화유족회장과 유족회원,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장, 이성재 인천자주평화연대 상임대표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윤 의장은 추도사에서 “강화도는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많은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곳”이라며 “강화특공대 등이 강화 본도와 교동도와 석모도 등에서 1.4 후퇴를 전후해 어린이와 노인을 가리지 않고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했다”고 밝혔다.

▲ 윤호상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의장이 강화위령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이어 “부역혐의, 보도연맹 등을 이유로 해변 가와 저수지에서 학살당한 피해자의 유해마저 찾지 못한 유족이 대부분”이라며 “현재까지 조사를 통해 확인된 희생자 수가 650명에 이르고, 2기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 진실규명 신청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의장은 “국회와 정부,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실체적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차원의 배·보상 문제를 해결해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화위 조사관으로 활동하며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피해 문제를 연구해온 최 소장은 “한국전쟁 당시 억울하게 숨진 민간인과 유족들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인데도 이후 계속된 사찰과 압박으로 인해 죄인처럼 숨죽여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장이 유족들에게 과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 진상조사 과정에서 당당하게 피해사실을 알리고 진실규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소장은 특히 진화위에 대해 “평생을 피해 속에 시달려온 유족들에게 겸손한 자세로 접근해도 모자랄 판에, 마치 일반 조사기관 처럼 자기들이 조사해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행동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조사관들의 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상임대표는 “진화위 보고서를 보면서 가족이 몰살됐거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뿔뿔이 흩어져 증언할 분이 없거나 아직도 두려움에 떨며 억울함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상임대표는 이어 ▲민간인 학살 관련 역사를 재정리할 것 ▲강화군사를 쓸 때 이 내용을 바로 잡을 것 ▲위령시설을 건립 할 것 등 진화위 권고사항을 나열하면서 “이 중 어느 하나도 성사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강화지역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영 노동희망발전소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위령제에서는 옥효정 시인의 시 낭송 ‘강화의 노을이 이토록 붉은 것은’과 김은정 노동희망발전소 집행위원의 오카리나 연주가 이어졌다.

▲ 옥효정 시인이 ‘강화의 노을이 이토록 붉은 것은’을 낭송하고 있다.

강화도 본도와 교동도, 석모도 등 주변 섬에서 발생한 한국전쟁 중 민간인 학살은 1951년 1.4 후퇴를 전후한 시기에 한국군과 미군, 강화경찰서 등의 지원을 받은 ‘강화향토방위특공대’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다.

이는 지난 2005년 5월 국회에서 통과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에 따라 그해 12월 국가기관으로 출범한 1기 진화위 조사를 통해 그 진상의 일부가 드러났다.

진화위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139명을 포함한 430명 이상의 강화지역 민간인들이 ‘강화향토방위특공대’에 의해 특공대 본거지인 강화경찰서와 면지서 등으로 연행·구금돼 고문을 당한 뒤, 갑곶나루, 온수리 사슬재 등지로 끌려가 집단 학살됐다”고 밝혔다.

▲ 강화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이 숨진 가족의 위패 앞에서 통곡하고 있다.

진화위는 또 “강화(교동도)지역 민간인 183명이 한국군과 미군의 통제 하에 있던 교동도 주둔 유엔군 유격대(UN Partisan Forces)에 의해 내응행위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상룡리 안개산, 고구리, 난정리 지석리 해안 등지로 끌려가 집단 학살됐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 피해자 유족들은 2기 진화위 출범에 맞춰 지난 2월 1월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인천·강화유족회를 새롭게 발족하고 1기 진화위에서 밝혀내지 못했던 피해자의 추가 진상조사 및 명예회복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2기 진화위에 접수된 인천·강화지역 진상규명 요구사건은 6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방선일 인천강화유족회장이 유족회의 향후 활동방향과 각오를 밝히고 있다.

/글·사진=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