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기본은 사칙연산이다. 수학을 처음 시작하려면 당연히 수를 배우고, 사칙연산을 익히려면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의 순으로 배우게 된다.

수학 문제를 풀고 답이 정답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검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더 했으면 더한 만큼 빼고, 곱했으면 곱한 만큼 나누어 보면 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더하기와 곱하기만 할 줄 알고 빼기와 나누기는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누구나 능력이 같지 않고 다 똑같이 살 수는 없으나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하게 쌓은 부는 자신의 것에 더하기와 곱하기를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몫을 빼앗은 것이기에 검산할 수조차 없게 된다.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16.7%로 조사대상 37개 회원국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상대적 빈곤율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코스타리카(20.5% 1위), 미국(17.8% 2위), 이스라엘(16.9% 3위)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상대적 빈곤율은 11.1%로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평균보다 5.6%나 더 높다. 상대적 빈곤율이 낮은 핀란드(6.5%), 덴마크(6.1%), 아이슬란드(4.9%) 등 북유럽 국가와는 더 큰 차이가 있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인구 중 기준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최소 생활 수준에 해당하는 소득 수준을 절대적 빈곤선이라고 규정한다면 상대적 빈곤은 해당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누리는 일정한 수준의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상대적 빈곤율로 본다면 사회구성원이 대부분 누리는 일정 수준의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6명 중 1명에 달했다는 것이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 50%는 1인 가구 기준으로 91만4000원, 2인 가구 154만4000원, 3인 가구 199만2000원, 4인 가구 243만8000원이다. 이 기준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높은 상대적 빈곤율은 고령화된 우리 사회의 노후소득이 보장되지 않은 1인 노인가구의 증가와 연동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OECD 평균보다 한국의 고용률이 높고 실업률이 낮은데도 상대 빈곤율이 높은 것은 많은 사람이 제대로 된 일자리에서 고정적으로 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런 고용의 불평과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서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누기를 잘하는 것이다. 나누기를 잘하지 못하는 사회는 균형을 이룰 수 없다.

국가는 세금을 거두어 국민의 기초 생활을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근거로 나누기를 하고 있으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게 부족한 것은 물질만이 아니다. 국가가 보장하는 것은 최소한의 기초 생활이라는 것이 법의 명칭에서 벌써 드러나 있다.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다. 물질뿐만 아니라 시간과 재능,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의 말과 응원, 내가 나누어 주기도 하지만 누군가 내게 나누어 주기를 기대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나누기는 여유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할 수가 없다. 내게 필요한 것까지 나누기는 쉽지 않지만 가지고 남은 것은 반드시 나누도록 해야 한다. 내가 스스로 주면 나누어 주는 것이지만 강제로 나누게 되면 빼앗기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나누기를 잘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한숙희 인천광역자활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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