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혁신 논설위원.
조혁신 논설위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우울로 인한 인천 지역 상담건수가 9월10일 기준으로 9만967건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상담 건수 7만9389건보다 무려 1만1578건이나 늘었다.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센터는 정신건강 고위험 층의 경우 코로나19로 실직이나 소득 상실을 겪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심리적 문제를 유발한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올해 2분기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작년 1월 이후 실직 경험이 있다고 답한 직장인은 16.1%이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 31%가 실직을 경험해 정규직 6.2%의 5배에 달했다. 5인 미만 직장인(28.7%)이 300인 이상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11.1%)보다 실직 경험이 2.6배 높았다. 작년 1월과 비교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1.7%였다. 소득 감소를 겪은 비율은 정규직(17.0%)보다 비정규직(53.8%)이 3.2배 높았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초기에는 외부활동 제약으로 인한 답답함이 코로나19 우울감의 주된 원인이었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일자리 감소·채용 중단 등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 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코로나19로 경제적, 심리적으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비정규직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우울증이란 생각,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이다. 우울증은 증상이 거의 매일, 온종일 나타나는 점에서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약계층의 우울감이 우울증으로 악화할 우려가 높다.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자연의 복판에 살면서 자기의 모든 감각을 조용히 간직하는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암담한 우울이 존재할 여지가 없다. 건전하고 순진한 귀로 들으면 어떠한 폭풍도 바람 신의 노랫소리로만 들린다”며 자연에서의 삶을 우울감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크는 <영웅전>에서 “큰 인물의 특성은 우울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헤라클레이토스도 나이가 들어서는 모두 우울하였다”고 말한다.

소로나 플루타르크의 말대로라면 우울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큰 인물이 아닌, 소박한 인간이자 자연을 벗 삼을 수 없는 서민에게는 '우울' 극복을 위해 경제적 지원 등 세속적인 처방만이 특효약인 듯싶다.

 

 

/조혁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