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어야 제맛이다
▲ ★ 글(言언)은 물건을 팔(賣매) 때처럼 소리 내어 읽어야(讀독) 한다. /그림=소헌
▲ ★ 글(言언)은 물건을 팔(賣매) 때처럼 소리 내어 읽어야(讀독) 한다. /그림=소헌

'가을'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파란 하늘과 붉게 물든 단풍 그리고 코스모스. 또는 생뚱맞을지는 몰라도 전어가 빠질 수 없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을여행을 최고로 꼽을 것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 소매 긴 옷차림을 하고 작은 배낭에 김밥 두어 줄과 생수 한 병 넣고 콧노래 부르며 훌쩍 떠나고픈 계절. 아! 이런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널리 알려진 생각과는 달리 가을철에 책이 가장 안 팔린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게 하려고 만들어낸 말이 나올 정도다. 출판업계에서 제시하는 책 판매량만 놓고 따져보면 오히려 여름이나 겨울이 훨씬 더 많다고 하니 여름과 겨울에게 '독서의 계절'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되었을까? 이는 과거 농경문화의 관습에서 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가을걷이 후 먹거리가 풍성함으로 넉넉한 마음을 지닐 수 있고, 밤에는 시원하고 상쾌한 날씨까지 따라주어 등불을 가까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燈火可親등화가친).

당구삼년(堂狗三年)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한다. 서당에서 3년 동안 글 읽는 소리를 듣다 보면 개조차도 글을 읽게 된다는 뜻이다. 어떤 분야에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더라도 오래 있으면 얼마간 지식과 경험을 갖게 된다는 것을 비유하는데, '독서당 개가 맹자 왈 한다'라는 속담으로도 쓸 수 있다.

 

[읽다(독) / 구절(두)]

①그물( 망)로 잡은 조개(貝패)는 곧 '돈'이 되니, 마치 그물로 재물을 쓸어 담는 모습이다(買매). ②이렇게 모은 돈을 가지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오는 것을 買(살 매)라고 하고, 자기 물건을 가지고 나가서(士.出 변형) 파는 것을 賣(팔 매)라고 한다. 예전에는 물건을 팔고 받은 돈을 '돈 샀다'고 하였다. ③물건을 판(賣매) 후에는 얼마나 매출이 올랐는지 장부를 헤아려 본다. 이때 돈을 세며 중얼거리던(言언) 것이 발전하여 讀(읽을 독)이 되었다. 또한 글(言)은 장사꾼이 물건을 팔(賣) 때 크게 떠드는 것처럼 소리 내어 읽어야(讀) 한다. ④글을 읽는 독서(讀書)와 문장부호를 찍는 구두(句讀) 등 훈음이 다르다.

 

[글 / 문장 / 책]

① (돼지머리 계)는 손으로 무언가를 잡고 있는 모습으로서, (붓 사)는 손( )으로 막대기( )나 붓을 잡고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다. ②聿(붓 율)은 구체적으로 붓털(二)을 그렸다. ③書(서)는 붓(聿)을 들고 글(曰왈)을 쓰는 모습이다.

 

독서讀書에는 문학과 철학이라는 성격이 함께 담겨 있다. 讀(독)은 문학 영역이 되고 書(서)는 철학 영역이 된다. 아울러 책읽기를 통해 심신을 닦고 교양을 넓힐 수 있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고전古典 읽는 것을 큰 미덕으로 여기며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로 삼았다. 여기서 조선후기 성호학파를 세웠던 '이익'의 독서법을 소개한다. 질서疾書다. 빠르게 기록한다는 의미로서 책을 읽다가 의심이 있으면 자신의 생각을 적은 후, 때때로 의견을 수정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에 대해 비판도 받았으나, 그의 수제자인 '소남 윤동규'가 적극 옹호하였다. 국가를 위해서 일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수기지학修己之學이라 하는데,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독서다. 이왕이면 소리 내어 읽자.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책은 읽어야 맛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