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의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기존에 설치된 시스템 창호를 뜯어내고 '통창'으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통창은 창문 중간에 가름대나 살을 넣지 않고 통짜로 짠 창문을 말한다. 송도는 바다에 접한 신도시로 도시 전망이 좋다. 이 때문에 거실 창호를 가름대나 살이 없는 통창으로 바꾸면 수려한 전망이 거실에 가득 들어온다. 집안을 멋스럽게 꾸미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이긴 하다. 그런데 멋대로 통창을 설치하다간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기존 창호를 통창으로 변경할 경우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에 따라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통창을 설치하면 1차 위반 때 100만원, 2차 위반에 200만원, 3차 이상 위반에는 300만원이 부과된다. 과태료도 문제이지만 통창을 잘못 설치할 경우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도 창을 통해 한껏 멋을 부리곤 했다. 한옥 창의 종류만 해도 완자창, 새긴창, 격자창, 만살창, 용자창, 아자창, 월창, 들창, 교창, 살창, 우러리창, 원창 등 여러 종류이다. 격자 무늬, 꽃 무늬 등 여러 문양을 새겨넣은 창이 멋을 더한다. 서양의 경우도 창에 멋을 부리는 경우도 많으나, 환기와 채광 등 기능적인 면에 충실한 편이다. 한 예로 지붕 밖으로 튀어나온 지붕창은 기능에 충실한 창이다.

중국의 작가이자 비평가인 린위탕(林語堂 1895∼1976)은 “본래 창의 의의(意義)는 창으로부터 경치를 조망한다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은 가장 좋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도록, 또는 가장 재미있게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라고 말했다. 린위탕의 말대로라면 송도 주민들이 전망을 가리는 시스템 창호를 통창으로 바꾸려는 것을 꼭 나무랄 일만은 아닌 듯싶다.

반면 고(故) 이가림 시인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란 시에서 창을 환기·채광 같은 기능이나 좋은 경치를 조망하는 도구로 한정하지 않는다.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기어이 끊어 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내가 일천 번도 더 입 맞춘 별이 있음을/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날마다 잃었다가 되찾는 눈동자/먼 부재(不在)의 저편에서 오는 빛이기에/끝내 아무도 볼 수 없으리라/어디서 이 투명한 이슬은 오는가/얼굴을 가리우는 차가운 입김/유리창에 이마를 대고/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이가림 시인은 세계와 소통하려는 한 인간의 소망을 가로막고 있는, 고독과 단절, 통곡의 벽으로 창을 인식하고 있다. 거실 창을 마주하며 린위탕의 말을 따를지, 이가림 시인처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를 불러볼지'는 각자의 선택이리라.

 

/조혁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