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인천 초·중·고 '역사 기록'…사회적 책임에도 앞장

1987년 설립 … '졸업 앨범' 제작·공급
임웅재 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이사장
“사명감 똘똘 … 조합원 단합력 남달라”

2012년부터 도서 학교 대상 '재능기부'
30개교 무료 제작 … 졸업생에 추억 선물
최근 수년째 자금난 … 지자체 지원 절실

세월호·코로나 등 여파로 업계 어려움
학교 행사 대신 개성 있는 사진 많아져
디지털앨범·이어북 등 대안 상품 기획

“우리는 지역의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들입니다.”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은 인천사진앨범제작을 위한 사진업 및 사진앨범제작을 위한 인쇄업의 건전한 발전과 조합원 상호 간 복리 증진을 도모하여 협동사업을 수행한다.

졸업앨범은 졸업생의 추억이 담긴 학창시절을 사진기록으로 남겨 놓은 생애 기념적인 작품이다. 졸업앨범 제작은 개인의 생을 기록하는 차원을 넘어 한 학교의 역사, 지역의 역사를 담아내는 작업이다.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은 1987년 5월 설립돼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천지역 초·중·고교 졸업 사진 앨범을 제작, 공급하며 인천 지역 내 학교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의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인천고, 인천여고, 제물포고 등의 학교 역사를 기록해왔다. 학교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진 기록물을 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다. 교육청 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교복, 학교앨범 등이 보존 품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기록′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인천사진앨범협동조합은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단결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임웅재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리 조합은 특히 단합력이 남다르다”라며 “어느 해에 한 조합원이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사진앨범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닌데, 그때 조합원들이 서로 앞다투어 도와주시어 촬영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도서지역 봉사 등 지역과 상생하는 협동조합

지역 경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은 지역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도서 지역 소규모학교 졸업앨범을 무료로 제작하는 지원 사업을 2012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인천 도서 지역 소규모학교 졸업생 수가 적다 보니, 졸업생 및 학부모가 졸업앨범비를 부담하기 어려워 앨범 제작을 포기하는 등 자체적으로 졸업앨범을 만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앨범을 제작하려면 기본적인 페이지 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고, 1인당 제작비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뜻을 모아 푸르미가족봉사단과 2012년 4월 도서지역 소규모학교 무료앨범 제작 협약식을 가지고 재능기부 형태로 학생들에게 무료로 앨범을 제작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무료로 졸업앨범을 제작한 인천 도서 지역 학교 수는 21개교다. 2020년도 앨범 제작을 지원한 도서 지역 학교 수는 30개교로 늘었으며, 총 3206명의 졸업생에게 무상 앨범을 제작해줬다. 도서지역무료앨범제작 참여 조합원 수는 2012년 51명에서 2019년 57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째 계속되는 불경기와 졸업앨범 단가 하향 및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계약금액 감소 등으로 조합원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되지만, 도서벽지 졸업앨범 제작 시 체류비 등 출장관련지 경비 등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임웅재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이사장은 “학교의 건물 형태는 보통 ‘ㅡ자형’이 아니라 ‘ㄷ자형’이라서 학교 전경 촬영 시 좁은 곳까지 촬영 가능한 상업용 드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상업용 드론은 1천만원이 넘는 고가 장비라 제작 과정에 부담이 된다. 촬영 이후 후반작업에서도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된다. 메킨토시 컴퓨터, 편집 프로그램, 디자이너 지원 등 사진앨범 업계의 작업능력 향상과 경영안정이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여파로 끊긴 학교 행사들...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에 미친 여파는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은 조달청과 다수공급자계약(MAS) 계약을 체결해 조달청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인천지역 초·중·고교에 졸업 앨범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 앨범 제작은 촬영 전 기획부터 후반 작업까지 학교 생활을 사진 촬영 및 편집 작업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긴 여정이다.

임웅재 이사장은 “요즘엔 12월 말이나 1월 초에 졸업하는 경우가 50% 이상이고, 2월 중순 졸업이 30% 정도”라며 “실내 사진의 경우 1학기 3∼4월쯤 촬영하고 야외촬영은 5∼6월에 진행한 후, 포토샵 등 후반작업에 들어간다. 여름방학까지 작업을 끝낸 후 2학기에 시안을 받고 편집해, 10월까지 각 학교에 컨펌을 받고 12월에 인쇄에 넘어갔는데, 그 인쇄 시기가 11월 중순으로 앞당겨졌다. 그만큼 졸업앨범 제작 결정 시점이 빨라졌다”라고 제작 과정의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여행이나 행사가 축소되고 있던 와중에, 메르스, 코로나 같은 감염병으로 사진앨범 업계의 상황은 악화됐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등교는 불분명해졌다. 모두가 처음 경험한 일이지만, 조합원들에겐 생계가 직결된 문제였다. 인천시민, 일반인, 학부모 등 조합원에서 앨범 촬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설문 조사를 자체적으로 시행했다. 앨범 촬영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설문 조사 결과를 가지고 학교 측에 가서 조합원들이 직접 가서 설득을 하는 등 사진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한 해였다.

임웅재 이사장은 “지난해엔 학교에서도 등교를 언제할 지 알 수 없고, 앨범을 제작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학교들이 많아 계약 시기도 자꾸 늦춰졌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줄어드니 앨범에 수록할 수 있는 내용도 없어 전반적으로 앨범 제작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회상했다.

오프라인 행사가 사라진 공간을 학생들과 조합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채웠다. 학생들이 집에서 찍은 사진을 앨범에 올리거나, 행사가 아니더라도 특별실이나 도서관 등을 이용해 사진을 찍거나, 학생들의 앞으로 희망 등을 메모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그는 “예전과 달리 촬영이 자유롭고, 학생들의 개성과 선택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중·고교 학생들을 특히 소통이 활발해 요구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진을 찍다보면 몇 년 사이의 변화의 폭을 많이 느낀다. 요즘은 앨범 만드는 걸 일종의 축제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준비성이 철저해 컨셉을 잡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교복만 입고 찍던 것에서 탈피해서 각설이, 고전적 신사풍 컨셉이 엄청 다양하다. 올해는 해리포터가 다시 부활했다”고 설명했다.

▲ 인천 지역 역사를 기록하는 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

사진은 급격하게 디지털로의 전환을 맞이했다. 앨범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로 대면 수업보다 비대면 수업이 많아지며, 학급 내 유대 관계가 줄어들었다. 타 학급에 대한 유대관계는 더욱 그렇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은 디지털 앨범을 병행 제작하는 것도 대안으로 삼고 있다.

임 이사장은 “30여년 간 인천에서 졸업앨범을 만들었지만, 요즘 사진을 찍다보면 자기 개성이 강한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이런 변화하는 학생들의 특성을 보면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가 보인다. 그게 기록물로서 앨범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조합은 조합원 연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조합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교육 실행, 신제품 개발팀 운영 등 단합의 힘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라는 변화의 흐름에 맞춰 저학년으로 수요를 확장해 반 앨범을 디지털로 제작하는 등의 대안도 구상하고 있다.

나아가, 학생 수 감소 및 코로나19로 인한 졸업앨범 수요 감소에 대한 대응책으로 졸업앨범 이외 지속적인 상품 개발을 목표로 한다. 2021년도 상품 개발 계획으로 입학선물, 졸업선물 개발을 비롯해 각 학교 교육활동 모음집, 각 학교 과거 자료 정리, 졸업생 이외의 학년에게 제공될 수 있는 이어북(Year Book)과 반별 앨범 등을 기획하고 있다.

/최현민 기자 palett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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