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이야기이자 가족 성장 서사로
인천서 신혼 보낸 부모경험서 영감

17년된 소설이 연극화된다는 건
문화적 파종 통한 순환 같아 겸허
▲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인천서구·부평구문화재단이 공동제작한 연극 '달려라, 아비' 원작소설가인 김애란 작가는 소설의 연극화를 '문화적 파종'이라고 표현했다.

인천 서구문화회관에서 만난 김애란 작가는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인천시민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여서 기쁘다며 웃어 보였다.

소설 <달려라, 아비>의 북 콘서트를 진행하기 위해 그는 인천에 왔다. 2004년 발표한 이 책이 새삼스럽게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연극 때문이다.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인천서구·부평구문화재단 세 기관이 공동제작한 연극 '달려라, 아비'가 이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창비, 303쪽, 1만4000원
▲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창비, 303쪽, 1만4000원

▲소설이 연극이 되는 순환의 즐거움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와의 관계를 한 소녀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그려낸 이 소설의 연극 버전에서 엄마 역할은 정영주 배우가, 딸은 이휴 배우가 맡았다.

“내가 활자로 쓴 이야기가 생생한 육체를 얻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캐스팅도 너무 '찰떡'이어서 연극을 빨리 보고 싶네요.”

앞서 또 다른 책 <두근두근 내 인생>이 영화로 제작된 적도 있는 그는 이를 '문화적 파종'이라고 표현했다.

“제 소설이 연극으로 만들어진다는 건 민들레 씨앗처럼 퍼진 씨가 다른 식으로 꽃을 피우고 또 순환하는 것과 같죠. 지금도 저는 제 작품을 보러 왔다는 느낌보다는 이 의미 있는 순환 한 가운데 서 있다는 겸허함을 새깁니다.”

김 작가는 연극 '달려라, 아비'에서 화자인 딸의 변화와 성장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달려라, 아비는 건강한 모녀의 이야기이자 가족 성장의 서사이지요. 이걸 말하는 딸의 위치가 두세번 바뀌는데 처음엔 스토리를 듣고 의심하거나 관심 갖는 청자였다가 나중에는 얘기를 만드는 반성적 주체인 화자로 이동하지요. 이런 단계들이 연극에서도 잘 드러날 것이라 봅니다.”

 

▲내 어머니의 기원, 인천

김애란 작가는 인천 동구 송현동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신혼 때 잠시 살림을 꾸리고 그를 포함해 3자매를 낳은 곳이 인천이다. 고작 세 살까지 인천에서 보내 기억나진 않으나 인천은 그에게 원천과도 같은 곳으로 인식돼 있다. <달려라, 아비>의 배경도 수도국산이다.

“어머니는 지금도 꿈에 송현동이 나온대요. 아무래도 아버지와 최초의 삶을 시작한 곳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나봐요. 그 얘기를 많이 듣고 자라서 저에게도 원형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어요.”

<달려라, 아비> 뿐 아니라 그의 단편에서 인천의 여러 곳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김애란 작가는 20년 넘게 손칼국수 가게를 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목소리 크고 생활력 강한 그의 어머니는 덤프트럭 기사가 꿈이었다고 말했다.

“달려라, 아비에서 아버지가 달리는 배경, 어머니의 직업이 택시 기사인 연유 등이 제 부모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의 나이만큼 나이 든다는 것

그가 20대 청년일 때 쓴 <달려라, 아비>는 지금 17살이 됐다. 그동안 김애란 작가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표 작가가 돼 있다.

“이 세월 동안 나에 대한 관심이 줄고 남을 향한 관심과 성숙한 시선이 깊어졌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내 주변의 사소한 일상이 주는 영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특별하게 분별할 수 있는 '점도가 높은 몸'과 그걸 해석하는 언어를 지닌 그런 사람이요.”

그는 마지막 작품을 발표한 이후 몇 년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물갈이'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동안 장편을 준비하고 있으며 단편도 부지런히 쓸 생각입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