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 단원으로 오랜 시간 연주 활동하고파”

어릴 적 아리랑TV 통해 한국의 매력에 빠져
장학금 지원받아 한예종 입학…클래식 공부
불가리아서 우리 음악 21곡 담은 음반도 내

객원 연주자로 무대 오르며 경기필과 인연
“2015년 베를린 필하모닉홀 공연 인상 깊어”
▲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카멜리아 키릴로바 상임단원./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아리랑’이 좋아 무작정 한국 길에 올랐다는 불가리아 소녀. 벌써 한국에 온 지도 15년째. 이젠 토종 한국인보다 더 한국 사람 냄새가 난다. 출중한 미모와 탄탄한 연주 실력까지 겸비한 카멜리아 키릴로바는 어느덧 9년 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베테랑 첼리스트로 성장했다.

“19살 때 유학을 목적으로 처음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아리랑TV에서 지원하는 장학금 지원제도를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클래식 공부를 하게 됐죠. 우연한 기회로 경기필 공연에 객원 연주자로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겼고, 객원 연주 경험을 계기로 경기필 단원 오디션에 응시하면서 운 좋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키릴로바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홍보대사다. 한국에 오기 이전부터 키릴로바의 한국 사랑은 유별났다. 20여 년 전만 해도 불가리아인들에겐 한국은 그저 낯선 땅에 불과했다. 키릴로바는 일찌감치 모국에서 방영하던 한국방송(아리랑TV)을 애청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매력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키릴로바에게 영감을 준 건 한국의 음악이었다. 그의 모친이자 첼리스트인 다니엘라 키릴로바와 함께 한국 음악 21곡을 담은 음반 'For the Love of Korea'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은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것 같습니다. 모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린 덕분인지 한국에 여행을 오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저 역시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 느낀 건 학교의 커리큘럼과 교수진의 수준이 무척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음악인으로 한국의 생활 환경은 제가 살던 유럽보다 좋다고 느끼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습니다.”

▲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카멜리아 키릴로바 상임단원./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카멜리아 키릴로바 상임단원./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한국에 있는 동안 키릴로바는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았다. 여러 무대 가운데서도 그는 경기필에 몸담았던 시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로 꼽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2015년 경기필 독일 베를린 투어 무대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규모가 큰 베를린 필하모닉홀에서 경기필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경기필은 유독 많은 관객이 찾아 주시는 오케스트라입니다. 또 경기필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마시모 자네티와 리카르도 무티 등 국내·외 훌륭한 지휘자, 협연자들과 함께할 기회가 많아 단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 예술감독은 키릴로바가 첼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을 전하며 발판이 돼 줬다.

“자네티 감독님의 지휘는 무척 프로페셔널하고 단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이끌기 때문에 단원들과의 호흡 역시 매우 좋습니다. 또 슈만 교향곡 등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접하기 쉽지 않은 레퍼토리를 많이 할 수 있어서 뜻깊게 생각합니다.”

키릴로바가 보여준 경기필에 대한 남다른 애착만큼 그의 꿈은 경기필과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이다.

“다른 길을 걷는 단원들을 그간 무수히 지켜봐 왔죠. 하지만 저는 경기필 단원으로서 오랜 시간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경기필은 제 음악 인생에 최우선 순위니까요.”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