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품질경쟁력 사활…'김치종주국' 자존심 지킨다

지난해 김치 수출 사상 최고 불구
中과 교역에선 '김치수입국' 신세

김치절임류가공협동조합 이사장
“중국산, 면장으로 신고를” 제기

'양념 속 넣기' 등 자동·스마트화
생산량 9배 향상 … 품질 균일화도

코로나 위기, 업계엔 호재로 작용
가정집·해외시장 수요 증가 추세
알타리 및 김치 포장 박스 공동구매 등 협력의 힘으로 똘똘 뭉친 인천 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사진제공=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알타리 및 김치 포장 박스 공동구매 등 협력의 힘으로 똘똘 뭉친 인천 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사진제공=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김치는 영양학적 우수성과 한류 붐을 타고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29일 관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난해 전체 수출은 감소했지만, 김치 수출은 사상 최고 실적인 1억4450만 달러를 기록했다. 김장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한국의 고유성이 담긴 문화다. 그러나 국내 김치산업은 최저임금 인상, 생산원가 상승, 중국산 저가 김치 등 여러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중국산 저가 김치는 국내 김치산업을 교란하고 건전한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는 '김치 수입국'이 됐다. 수입 김치는 전량 중국에서 온다.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수출액보다 더 큰 규모인 1억5242만 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이다. 중국서 수입하는 규모가 이처럼 큰 것은 '국산' 김치보다 싼 가격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농산물의 해외 수출 촉진을 위해 농산물 수출장려제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신선 채소 및 생김치 수출 시, 수출가의 3% 장려금을 지급하고, 가열 및 볶음 조리 과정을 거친 농산물 수출가의 18% 장려금을 지급한다. 이에 중국의 김치 수출업자는 중국 정부의 수출보조금 수령을 위해 높은 가격으로 수출 신고해 보조금을 받고 있다. 한국의 중국산 김치 수입자는 중국의 수출자와 결탁해 중국 시장 내 정상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수입 신고하고 수입 관세부담을 회피하는 실정이다.

▲ 김치 양념 속 넣는 자동화 장치의 상용화로 9배 가까이 생산성이 향상됐다. /사진제공=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 김치 양념 속 넣는 자동화 장치의 상용화로 9배 가까이 생산성이 향상됐다. /사진제공=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중국산 수입 김치 신고를 현행 '인보이스' 대신에 중국당국에서 발행하는 '면장'으로 신고하도록 제도 개선을 여러 차례 건의 요청했다.

김치은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국산 김치는 완제품이 원재료인 배추보다 싼 형태로 수입된다”라며 “김치는 의무 고시품목은 아니지만, 면장을 무작위로 받아봐야 김치가 정상적인 과정으로 수입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인천 세관 조사정부과에 반덤핑 사례로 정식 제소했다.

중국 김치 수입 시 관세법 제245조(신고 시의 제출서류) 및 수입통관 사무처리에 따라 고시 제15조(수입신고 시 제출서류) 제1항에 따라 송품장, 가격신고서, 선하증권 부본 등으로 구성된 중국의 수출신고서를 추가 징구 및 확인하도록 수입통관에 요청했다. 해당 신고는 현재 인천 세관에서 조사 중이다.

김치은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990년대 초 한국과 중국이 수교 체결 당시, 중국산 김치가 들어올 줄 모르고 양국에서 김치는 면장 의무 품목에서 제외됐다”라며 “지금은 중국산 김치가 국내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점하게 됐다. 아무리 국가에서 국내산 김치 소비를 장려해도, 가격 차이가 나면 경쟁하기 어렵다. 중국산 김치의 수입을 막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산 김치 가격을 정상화해서 한국산 김치와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산 김치 경쟁력 강화…김치절임가공사업협동조합이 찾은 돌파구는

중국산 저가 김치 수입 확대로 어려움을 겪는 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김치 제조공정의 자동화·스마트화 및 HACCP 인증 등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지속해서 제고하는 등 중국산 김치와 가격 격차를 점점 좁혀나가고 있다.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지난 2017년 기술 이전받은 김치 양념 속 넣기 자동화 장치 상용화와 2019년 추진된 스마트공장으로 조합원사의 생산량이 9배 가까이 늘었다.

그간 중소 김치 업체들은 대형 업체들과 달리 대부분 생산을 수작업에 의존해왔다. 김치의 제조공정은 절임, 세척, 양념 혼합, 포장 등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중에서도 배춧잎을 한 장씩 벌려서 양념하는 포기김치의 양념 혼합 과정은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되지만, 기계화 자체가 어려워서 김치 생산 자동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김치 생산 자동화의 목적으로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의 양념 혼합 공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김치 양념 속 넣기 자동화 장치'를 개발했다. 2017년 김치 제조업체에 기술 이전했으며, 이를 지난해 김치 공장에 적용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성공했다.

김치 양념 속 넣는 기계 도입으로 수작업 대비 양념 혼합 완성도가 90% 이상 수준에 달한다. 김치 10t 이상을 생산할 경우, 양념 혼합 공정에 필요한 인력이 보통 16명인데 반해 본 장치를 입히면서 3~4명으로 생산인력을 줄일 수 있다. 시간당 김치 생산량으로 보면, 기존 수작업 방식으로는 280kg 생산 대비 2500kg으로 9배 가까이 생산성이 향상된 것이다.

특히, 스마트공장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량을 대폭 늘리게 됐다. 중국산 '알몸 절임 김치' 파동으로 소비자 불안이 커진 가운데, 위생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됐다.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소속 김치 업체 8곳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의 협력으로 2019년부터 스마트 설비를 도입한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가 손잡고 공장 스마트화를 지원한 김치 업계가 중국산 김치와 견줄만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김치은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김치산업 종사자는 대부분 50∼70대로,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서 본 자동화 기술을 통해 김치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되는 것은 물론 디지털화를 통해 김치의 제조원가 절감과 품질 균일화를 동시에 실현함으로써, 국내 김치 시장 활성화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김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 김치은 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제공=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 김치은 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제공=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국내 김치 업계에 찾아온 새로운 기회…해외 시장과 일반 가정집

코로나19로 많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위기다. 국내 김치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다. 일반 가정집과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10여 년 전까지 김치절임류가공협동조합은 인천의 대부분 외식업체를 담당했다. 거래처의 80%가 외식업체였다. 처음에는 중국산 김치를 선호하지 않던 외식업체도 점차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중국산 김치 가격이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김치는 인터넷에서는 대기업과 경쟁에서 밀리고, 주 거래처 대상으로는 중국산 김치와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이었다. 학교, 관공서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외식산업에서 수요가 줄어든 반면, 일반 가정집에서 한국산 김치 수요가 늘었다. 일반 개인 소비자들은 중국산 김치를 소비하지 않고, 국내산 김치를 선호한다. 이런 식문화 변화는 국내산 김치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어려움을 겪던 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올해 처음으로 시설을 확장했다.

코로나19 전후로 일본, 미국 등 해외 수출은 약 2∼3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김치 수출은 8675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더 호조세다. 지난해 수출된 김치는 50% 가량이 일본으로, 나머지는 미국, 유럽, 동남아 등으로 나갔다. 해마다 수출 대상국도 느는 추세다. 해외 시장은 중저가의 김치로 포지셔닝 해 판매하고 있다. 해외 수출 시, 김치를 외국인 입맛에 맞춰서 '안 맵고 달콤한 김치'로 제조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층은 거의 8∼90%가 교민이다.

김치은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교민들은 중국산 김치에 민감해한다”라며 “특히, 일본은 위생상태를 중요하게 생각해, 소비자 클레임에 대한 부담이 크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한국 김치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한국산 김치를 주문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은 협동조합만의 이점을 살려 공동구매를 넘어 조합의 공동사업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몸집이 커질수록 조합을 대상으로 납품하겠다는 수요가 더 많아졌다. 공동구매를 통해 경쟁력도 생기고, 저렴한 물건이 있으면 서로 품앗이하듯 물량을 나눠주는 이점도 있다.

작년 10월을 기점으로 국내 김치산업계는 호황이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사업에서, 인천 김치절임류가공사업조합은 이미 명성이 났다.

김치은 이사장은 “앞으로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의 목표는 2024년까지 인천을 넘어 서울·경기, 충청권, 경상권, 강원권 5개 권역을 합쳐 김치조합연합회를 결성할 계획이다”라며 “협동조합의 규모를 키워 '협력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최현민 기자 palett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