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하대학교가 교육부 지원대학에서 탈락한 사태(?)를 보며, 인하대 동문이며 28년 동안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사람으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얼마 전에는 청라 의료복합타운 선정에서 아산병원에 밀렸고, 이번에는 교육부 지원대학에서 탈락하여 부실대학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되었으니 참으로 꼴이 말이 아니다. 인하대학교의 추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 약대 선정에서도 밀렸고, 재단인 한진 총수집단의 끊임없는 갑질 논란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으며, 지난 총장은 130억을 한진해운에 투자했다가 날려 학교재정에 큰 손실을 입혔다. 그러고 보니 지난 10년 동안 인하대 총장들이 4년 임기를 채운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필자가 인하대학 문제를 논제로 끄집어낸 것은, 인하대학에 정신 차리고 학교를 잘 운영하라는 뜻도 있지만, 대학의 추락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필자가 전공한 도시개발에 '성장연대(growth coalition)'라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주요 주체들이 연대를 형성해서 성장을 견인한다는 논리이다. 이 이론에서 도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집단으로는 부동산개발·금융·건설업자가 앞장을 서고, 주도적 집단으로는 정치인, 미디어, 지역기반산업(도로, 전기, 가스, 전화 등)이 성장을 부추기며, 보조적 집단으로는 지역대학, 문화예술활동, 프로스포츠팀, 자영업자,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이 성장을 지원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인은 정치를 하려면 돈이 들기 때문에 부동산·금융·건설회사에서 후원받아야 해서 성장을 외치고 있고, 지역 미디어는 산속의 나무가 신문이나 매스컴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장을 통해 구독자가 늘어야 하고, 지역기반산업은 지역성장을 통해 수요가 늘어야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당연히 성장의 전도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보조적 역할을 하는 대학, 문화예술활동, 프로스포츠, 자영업자 등은 지역성장과 상생관계에 있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이 성장하면 대학도 함께 명성이 높아지고, 문화예술의 수요도 증가하며, 프로스포츠 관중도 늘 것이다. 그래서 대학은 지역과 상생관계에 있다. 그런데 최근 지역성장에서 대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왜냐하면, 바로 지식중심사회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종래에는 지역성장에서 대학은 보조적 역할을 하였는데, 이제는 지역대학이 지역성장을 위한 기반 인프라로 작용한다. 즉 지역에 우수한 대학과 교육기관이 없으면 지역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첨단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가 그렇고 미국 동부의 두뇌라는 보스턴이 그렇다. 실리콘밸리가 성장한 배경에는 세계적 명문인 스탠퍼드대학과 버클리대학이 있기에 가능했고, 보스턴이 벤처와 의료바이오 첨단도시가 될 수 있는 배경에는 하버드와 MIT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식중심사회에서 대학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배출하는 핵심기관인 동시에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활동의 중심지이다. 한번 생각해 보시라. 지역에 우수한 대학이 없으면 인재들은 누가 키우며, 젊은 인재들은 공부를 위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지역에서 정체성과 소속감,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이 생길 수 있을까?

세계화와 동시에 지방화가 진행되는 현시대에 대학과 지역은 밀접한 공동운명체의 상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대학의 위상과 경쟁력 향상은 지역성장에 주요 인프라로 작용하는 한편,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지역대학에 재정적 지원과 우수학생 모집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제 인하대학의 문제가 단순히 대학 자체의 문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천과 밀접히 연결된 것을 이해하셨을 것이다.

인하대학교, 정신 차려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총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했던 이유가 무엇이고, 청라 의료복합타운 선정의 실패, 이번 교육부 지원대학에서 탈락의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분석해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게 추락의 밑바닥이 아니라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면 인하대학뿐만 아니라 인천도 성장의 지체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하대학을 추락의 악순환에서 상승의 선순환으로 바꿀 묘수가 무엇인가를 인하대학교 구성원뿐만 아니라 인천시민이 함께 고민해 보자.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