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피폐화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우리나라 각지의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고 핍진하게 된 지 오래다. 지역의 경제를 떠받쳐야 할 지역민들의 소득은 역외 소비로 인해 서울로 빠져나가고 있고, 지역 기업들은 그 지역 안의 사업체들로부터 물품을 조달하지 못해 그 막대한 조달력이 지역 밖으로 새어나가고 있으며, 나아가 지역민들의 예금으로 축적된 은행의 자금들은 지역민들의 자금 수요를 외면한 채 수익만을 위해 서울로 유출되고 있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있는 우리 인천의 경우 더욱 그렇다.

지역화폐 인천e음으로 소득의 역외유출은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지역의 경제 동력들이 지역 안에서 순환되지 않고 지역 밖으로 특히 서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지역들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 봉착했으며 농촌의 경우 '지방소멸' 직전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그리고 지역을 경영하고 개발하는 전 과정이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에 목을 매는 지역의 성장 연합들에 의해 배타적으로 독점되고 있다. 지역의 주인이자 주인공인 지역민들의 주권은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 나아가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대형 토목공사에 의존하는 지역개발은 지역의 공유재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마구 파괴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지역들은 지금 지역민주주의의 실종과 생태의 위기에도 마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역의 위기에 대해, 앞으로 우리는 지역의 경제 동력들이 지역 안에서 돌고 또 도는 순환형 경제, 즉 '지역순환경제'를 지향하는 시민실천과 정책 기조를 끌어내고, 지역 경영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지역민주주의를 회복시켜내면서, 그리고 지역의 생태환경을 지켜냄으로써, 맞서야 한다.

순환하는 지역경제, 지역민이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경영하는 지역경제, 생태를 지켜내는 지역경제를 지향하는 '지역순환경제' 운동은 첫째, 지역 안에서 벌어들인 돈을 지역 밖으로 유출하는 주범인 재벌 대기업과 같은 독점자본과의 싸움이다. 둘째,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중앙정부와 그에 엮인 기득권들이 획책하는 '위에서부터의' 지역개발과 그로 인해 일방적으로 규정되어버리는 지역의 작동방식과의 싸움이다. 셋째, 지금껏 우리 지역을 좌지우지해오면서 경제적, 정치적 잇속을 챙기고 지역민들의 주권을 훼손시켜온 지역성장연합과의 싸움이다. 넷째, 경제 성장을 명분으로 모든 이들의 공유재인 지역의 생태와 환경을 파괴하는 '성장주의'와의 싸움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순환경제' 운동은 '지구경제'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선진국들과 독점자본의 이해관계를 위해 지역의 자기 완결적인 경제구조가 구축되는 것을 막는 글로벌화와의 싸움이다. 이와 같은 '싸움'을 위해, 우리 지역들은 서로 연대해서 지역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독점자본, 중앙, 지역성장연합, 성장주의, 글로벌화에 대해 '밑에서부터' 맞서 나가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중심지인 수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일수록 그 지역의 경제 동력이 수도로 빠져나가기 쉽다는, 이른바 '역류효과(backwash effect)' 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수도에 인접한 지역의 소득, 자금, 인재가 수도가 갖는 강한 경제적 흡인력에 의해 대거 유출돼버린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역류효과'로 인해 경제적 동력을 잃은 전형적인 도시 인천에 있어 '지역순환경제'는 더는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다. 유일한 대안이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