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핵심시설 짓고 아래로는 열차 달리고


현대화 과정서 철도 지속적 발전
전성기 다시 맞았지만 시설 노후

기후변화·신교통수단 등장으로
철도 중심 도시계획 개편 필요성

역사, 지역 중심지 역할 짊어져야
도시 생활 필수 시설 집약시키고
주요 이동수단 중계점으로 활용

▲한국철도는 왜 인천에서 시작됐나

경인철도가 개통되기 전 인천~서울 간 이동수단은 우마차 또는 한강을 이용한 뱃길이 전부였다. 당시 3대 개항지 중의 하나인 인천항을 통해 조선의 중심인 한성에 접근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철도 부설이 시급한 사업이었다. 인천이 한국 철도의 시작점이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봐도 된다.

철도역은 철도를 이용하는 여객과 화물, 철도의 운행을 위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해야 하는 철도 구성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예나 지금이나 철도역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생 또는 발전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역(驛)이라는 명칭은 조선시대 역참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하는데 당시 역참은 공문서 전송, 관수물자 운송, 사신 왕래에 따른 영송과 접대 등의 기능을 맡아 말 사육 시설, 물품 보관 창고, 관리들의 사무·숙식 공간 등이 있고, 이의 유지관리를 위한 역인들을 중심으로 역촌이 형성돼 중앙과 지방, 지방 상호 간 상품경제의 진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오늘날 역의 기능과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인철도 초기의 철도역은 인천역-축현역-우각동역-부평역-소사역-오류동역-영등포역-노량진역(-용산역-남대문역-경성역은 경부선)으로 인천역 본옥은 벽돌조, 나머지는 목조단층의 기본적 역 시설로 점차 보수·개축됐다. 당시 역 시설은 여객 운송보다는 화물 운송과 철도의 운영에 따른 최소한의 기능적 시설로 간략한 것이었다. 경인철도 허가서에는 철도의 정거장, 창고, 작업장, 전철기 및 대피선을 포함하는 땅에 대한 내용에서 역 시설을 알 수 있고 교량의 구조조건, 교차로, 지하로 그리고 정거장 즉 역에 대한 개소지정 등 철도 부설에 따른 기본적 사항이 나열되어 있다.

이후로 사설 철도회사인 조선경동철도가 1년여의 공사 끝에 수인선을 1937년 7월 개통하고 1937년 8월6일부터 정식 운행에 들어갔다. 총연장은 52㎞였고, 영업 구간은 46.9㎞였다. 역은 정거장 10개, 임시 정류장 7개였다. 정거장은 역사와 역무원이 배치된 역이고 임시 정류장은 역사도 역무원도 없이 기차가 서는 정거장이었다. 수인선 협궤철도는 최초 일본인 소유의 사철(私鐵)로 부설됐으며 주로 경기도 해안 지역의 소금과 경기도 동부의 곡물을 인천항으로 실어 날라 일본으로 반출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향토문화전자대전)

일제강점 후 이어진 한국전쟁으로 인천의 철도는 더는 확충되지 못하고 있다가 전후 복구 및 급속한 산업화로 인천지역 산업의 주축이 된 각종 청원선(請願線), 주인선(주안-남인천)이 부설·운행됐지만 도시 재편 때문에 폐선되고 만다. 그러나 경인선 전철화, 복선화, 복복선화, 그리고 안산선과의 연결, 인천지하철 건설, 공항철도 건설 등 현대화 과정에서 인천의 철도는 개량과 확충을 거듭하여 지속해서 발전했다. 최근에 이르러는 인천발 KTX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인천은 다시 철도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경인선 전철역은 노후화됐고 타 노선의 역사 역시 진화하는 교통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인천 철도역은 미래도시에 걸맞은 철도역사로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인천철도 역사(驛舍)의 발전 방향

현대도시는 거대화, 고밀도화, 스마트화라는 방향으로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울러 심각한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고밀도 개발로 인한 재해의 대형화, 빈번화가 발생하고 빈부격차로 주거환경의 양극화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신교통수단의 등장으로 도로 위주의 도시계획은 개편돼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철도역사 역시 이렇게 다양한 조건과 변화에 대응해야 하지만 한정된 예산과 정책 변화 대응의 안이함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철도의 경우 계획 수립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는 최소한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10년 후의 도시 상황에 맞는 철도를 건설하기란 매우 어려운 과제임은 틀림없다. 인천은 이미 세계적인 도시로 인정받고 있고 향후 세계도시의 미래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천 철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인천의 철도는 유라시아의 중심 역할을 함은 물론 인천시민의 교통 복지 차원에서도 철도역사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유럽 주요 도시의 철도역사는 운행 역사가 긴 만큼 역사의 시설 확충에도 노력을 기울여 대중교통지향형 개발(TOD) 역사로의 변화를 이룬 바 있다.

네덜란드 브레다역.

그 중 네덜란드의 중부의 브레다역(Breda Railway station)은 '네덜란드의 남부 운송 허브'를 목표로 개발됐고 철도역 및 버스정류장(20대 수용)뿐 아니라 아파트(150가구), 사무실, 소매점, 건물 옥상 주차장(750면)과 내부 및 외부 자전거 주차(6000대)와 같은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하나의 복합단지로 결합한 역이다.

지금 인천에서 도시철도 2개 노선, 공항철도, 국철 1호선, 수인선, 서울 7호선이 운행되며 각 역은 소재지 역의 교통 여건과 역세권의 특성을 반영해 건설·운영되고 있으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현대의 역은 단순하게 열차 이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중심으로서의 역할, 즉 시장, 관공서와 같은 행정 및 시민편의시설이 집약된 도시의 핵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 브레다역은 그런 점에서 매우 충실하고 미래지향적인 역이다. 지금 지구는 환경 파괴로 기인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따라서 세계 주요국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 대응책으로 철도 중심 교통을 확대하고자 한다.

환경 측면에서 이동량을 줄이며 교통수단을 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어서 철도역 중심의 도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관청, 주거, 직장, 문화, 상업시설 등 도시 생활의 필수적이고도 핵심적인 시설을 철도역 중심으로 집약시키고 철도역 사이는 여백을 두어 공원이나 스포츠 시설, 도시농장, 도시기반시설 등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신교통수단인 드론택시, 자율주행차, 소형의 무인자동궤도운행차량(PRT·Personal rapid transit), 전 방향 엘리베이터 등이 시민들의 주요 이동수단이 될 것이고 이들을 중계하는 지점이 바로 철도역이 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철도역이 아니라 도시의 로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철도역이 돼야 한다.

미래의 철도역사는 옥상에는 드론택시 정류장, 플랫폼에는 자율주행차 또는 PRT가 들어오고 역사와 인접 시설로는 전방향 인공지능 엘리베이터로 연결해 시민들의 이동이 중복되지 않고 직결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한국은 이제 세계 질서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고 인천은 글로벌 도시로서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철도 중심 도시 개편은 바로 시작되어야 한다. 한국은 스마트시티 구현의 최적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고, 부분적이기는 하나 시도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스마트시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철도역 중심의 도시 개편이 시급하다. 인천의 철도 발전은 현재진행형이고 KTX가 운행되면 인천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에 만족할 뿐 다가올 현재인 미래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철도역사가 될 것이다.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는 전향적인 도시계획 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인천은 한국의 철도가 시작된 역사적인 도시다. 그 의미를 되새겨 이제 다시 새로운 역사를 쓸 시간이 왔다. 우리는 염원한다. 미래철도의 시작! 바로 인천의 철도이기를….

이상행 ㈜토마스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공학박사·기획전문위원

/이상행 ㈜토마스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공학박사·기획전문위원

/정리=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