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절단하고 도주한 50대 성범죄자 강윤성이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3건으로 월평균 약 1.1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8월까지 13명이 전자발찌를 끊었다. 이 중 2명은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훼손율이 0.2%대로 호주 5%전후, 미국 2%대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전자발찌 도입 원년인 2008년 이후 훼손율은 한동안 상승세를 보이다 다시 낮아지는 추세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집계를 보면 2008년 0.49%에서 2010년 1.40%까지 높아졌다가 2012년 0.69%, 2014년 0.29%로 줄었다. 하지만 낮은 훼손율이 착시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부착 대상자가 늘어남에 따라 훼손율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전자발찌 부착자는 2008년 151명에서 올해 7월 기준으로 4847명으로 늘었다. 훼손 사건은 2010년 10명, 2011년 12명, 2012년 12명, 2013명 6명, 2014년 9명 등으로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는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전자발찌를 더 견고한 재질로 바꾸는 한편, 경찰과의 공조를 강화해 부착자가 도주할 경우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자발찌가 재범의 우려가 있는 4대 강력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감독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부착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할 경우 추가 강력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착자가 준수 사항을 위반한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대책 중 하나다. 현재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임의로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평균 1년 미만의 형을 선고받는 데 그치고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이번처럼 야간 외출 제한(밤 11시~이튿날 새벽 4시)을 위반할 경우 경찰이 가택을 현장수색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여성 2명이 살해된 전자발찌 훼손·도주 사건과 관련, 보호관찰관 권한 강화나 증원 등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변협은 성명에서 “법무부는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며 “그러나 전자발찌 재질 강화는 범죄자의 범의를 꺾을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사법당국의 대응 부족에 대한 지적도 담겼다.

변협은 “강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한 상태로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르고 자수할 때까지 무려 39시간 동안 사법당국은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강씨는 아무런 제지 없이 거리를 활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올해 6월1일 야간 외출제한 명령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며 “첫 범행 직후인 8월27일 재차 야간 외출제한 명령을 어겼지만 출동한 보호관찰관은 현장 도착 전 강씨가 집으로 들어간 것만을 관리시스템으로 파악한 후 전화로 소환조사 계획만을 고지한 채 철수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법 제도 강화와 함께 보호관찰관의 대규모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기준 1대1 전담 인력(19명)을 제외한 일반 전자감독 인력은 281명에 불과하다. 7월 기준 일반 전자감독 대상자가 4847명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17.3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또 착용자 외출 금지 시간에는 당직자 1명이 약 100명을 관리하는 현실이다.

경찰이 강씨 집을 찾아갔으나 수색할 권한을 갖지 못하고 돌아온 점도 지적한다. 강씨처럼 집중관리대상의 경우라면 출동한 보호관찰관이나 경찰이 최소한의 절차로 현장을 수색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전자발찌 집중관리대상자나 제한 위반자에 대해서는 체포나 수색의 '영장주의 예외'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엄중히 받아들여 관련 법 개선과 함께 현실에 맞는 대규모 인력증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