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木)를 잘라 디딜 수 있도록 차례로(弟제) 엮은 것이 사다리(梯제)다. /그림=소헌
▲ 나무(木)를 잘라 디딜 수 있도록 차례로(弟제) 엮은 것이 사다리(梯제)다. /그림=소헌

태평성대를 다른 말로 바꾸라면 요순시대라 하겠다. 정치를 통해 인민은 삶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고 국가는 완전한 복지를 추구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_아울러 최고 권력자의 가장 이상적인 정권 이양이 전제된다. 그것을 선양禪讓이라 하는데, 매우 도덕적인 사람을 임금으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혈연에 따른 왕위 세습世襲과는 격이 다르다. 요堯와 순舜은 천자의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남에게 양위한 임금으로 칭송받고 있다. 하지만 다음 임금인 우禹까지만 이어졌고 이후부터는 임금의 자식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순舜이 아직 군주에 오르기 전이었다. 순의 아버지는 후처를 만나 상象을 낳았는데, 이 둘은 순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고, 순은 늘 피해서 도망 다녔다. _어느 날 아버지는 순에게 지붕을 고치라고 하였다. 마음씨 _착한 순이 지붕으로 올라가자 그 틈을 노려 사다리를 치우고 불을 질렀다. 지혜로운 순은 올라갈 때 몰래 삿갓 두 개를 가지고 올라갔는데, _이를 낙하산처럼 이용하여 아래로 피했다. 등루거제(登樓去梯 다락에 오르게 하고 사다리를 치우다) 고사가 생긴 유래다.

 

공성거제(攻城去梯) 성을 기어오르는 적군의 사다리를 걷어차다. ①고전적인 전투에서 적의 성을 공격하려는데, 그 안에 식량과 무기가 풍부할 때는 한시라도 빨리 시행해야 한다. 성을 기어오르기 위해서는 주로 삼각형처럼 생긴 운제雲梯를 사용하는데, 이때 사다리를 성벽보다 길게 설치하면 걷어차이거나 밀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닿지 않도록 설치한 뒤 마지막엔 자력으로 올라가야 한다. ②거제去梯는 먼저 사다리를 걸친 사람이 위로 올라간 이후 그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으로서, 한 분야에서 먼저 성과를 낸 자가 다른 경쟁자가 올라오는 것을 방해하고 견제하는 행위다. 흔히 지체 높은(?) 분들이나 단체 또는 국가들이 밀려나지 않으려고 저지른다. 군대의 신병교육대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자. 훈련을 마치고 퇴소하기 전에 소원수리를 할라치면 ‘훈련이 너무 쉽고 맹맹하다’고 하는 식이다.

 

去 거 [가다 / 제거하다]

①_去(거)는 처음에 사람(大대)과 출입문(口구)을 뜻하는 모습이었다. ②본자는 _(거)로서 사람이 동굴(_)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다’와 ③사람(大)이 똥(_)을 싸서 ‘버리다’는 주석을 더한다.

 

梯 제 [사다리 / 실마리]

①弟(아우 제)는 말뚝(_)을 땅에 박은 후 새끼줄(弓)을 순서대로 감아올린 모습이다. ②점차 갈래머리(_)를 딴 아우가 활(弓)을 멘(弟제) 것으로 굳어졌고, 그 자리에 第(차례 제)가 들어왔다. ③사다리(梯제)는 높은 곳에 오르려고 나무(木)를 잘라 디딜 수 있도록 차례로(弟) 엮었다.

 

“나 때는 말이야.” 세대갈등도 사다리 걷어차기(去梯)와 관련이 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이에게 기성세대의 규칙을 강요하거나 가르치려 드는 이른바 ‘꼰대질’을 말한다. 거제는 위험하고 높은 곳에 처한 사람이 안전한 곳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도 포함하는데,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태도다. 주로 권력이나 재력이 안정된 쪽이 그렇지 못한 쪽에게 취하는 행위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 대학 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2019년)에서 수도권 14개 대학 중 1위를 차지했고, 대학 혁신지원사업 평가에서도 A등급에 선정되는 등 우수한 평가를 받아온 인하대가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것은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며 잠결에 남의 다리 긁는 꼴이다. 신뢰할 만한 공정한 평가로 되짚어 보아라.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