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공항 미군·대피인파 공격…바이든, IS에 군사 보복 예고
국제사회 충격…일부 서방국 카불 구출작전 중단
미국 시한내 작전 계속…유엔총장, 안보리 상임국 회의 소집

▲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부상한 시민들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침대에 누워 있다. 지난 15일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서방의 대피작업이 진행 중인 카불 공항에서 이날 두 차례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미군 12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해도 90명에 달한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외곽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미국인 13명을 비롯해 70여명이 사망했다.

폭탄 테러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만행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오후 6시께 카불 국제공항의 남동쪽 애비 게이트와 그곳에서 250m 정도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차례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애비 게이트는 미국과 서방국들이 대피에 나선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들을 공항에 들여보내기 위해 검사하는 곳이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애비 게이트 근처에서 자폭테러 뒤 무장 괴한들의 총기 난사가 잇따랐다고 밝혔다.

뒤이어 자폭테러 공격을 받은 배런 호텔은 아프간 대피자들이 공항으로 가기 전에 집결해 묵던 대기소였다.

빌 어번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번 연쇄테러로 미군 13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해 공군기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공격으로 아프간인도 최소 60명이 사망하고 최소 143명이 다쳤다고 아프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부상자들의 상태와 아프간 혼란 상황을 고려하면 사망자와 부상자의 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도 관측된다.

국제테러단체 IS는 선전매체인 아마크 뉴스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공격의 주체라고 주장했다.

IS는 조직원이 모든 보안시설을 뚫고 미군에 5m 이내까지 접근해 폭발물이 장착된 조끼를 터뜨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보당국도 이번 공격이 전형적 극단주의 테러 수법 중 하나인 자폭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IS의 아프간 지부인 호라산(IS-K)의 소행으로 지목하고 미군에 이들의 지도부와 시설을 타격할 작전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군사보복 방침을 밝혔다.

아프간 대피인파와 서방 병력을 차례로 노린 이번 테러 때문에 서방의 대피작전이 차질을 빚을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대피작전을 주도하는 미군을 오는 31일까지 완전히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저지당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우리 임무를 중단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대피작전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철군 시한까지 구출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수백명을 더 데리고 와야 한다며 "매우 긴박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벨기에, 덴마크,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이날 테러 소식과 함께 대피작전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아프간 대피작전이 혼란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대형테러까지 빚어지자 충격에 빠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테러를 규탄하며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30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회의를 소집했다.

탈레반은 책임 회피에 나섰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카불 공항의 미군 통제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정상적 정권을 자처하며 서방국들의 대피작전 기간에 카불공항 근처 치안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오다가 이번 테러는 자신들의 통제권 밖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