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안전한 철도, 이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광운대학교 창립자 조광운 박사
인천 출신으로 전자무선 기술 습득
기차 단선 선로 운행 허가증 '통표'
정보통신기술 활용 폐색구간 전환

▲김봉택 샬롬엔지니어링 회장
차량 자동 정지시키는 ATS 만들고
전국 노선 모의 운전 연습기도 개발
열차 사고 확대 막도록 TRPS 제작

우리나라 철도 기술과 발전 속도는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국을 촘촘히 엮은 철도망과 지금도 뻗어 나가고 있는 노선이 그렇고 철도를 둘러싼 산업발전도 눈부셨다.

이런 발전의 역사에 수많은 철도인들의 노고가 있었다. 철도에 대한 애정 하나로 평생을 철도산업에 헌신하며 묵묵히 역할을 해낸 덕분이다.

▲ 조광운 박사가 1948년에 세운 조선무선중학교의 제3기 졸업식 기념사진./인천일보 DB
▲ 조광운 박사가 1948년에 세운 조선무선중학교의 제3기 졸업식 기념사진./인천일보 DB
▲ 1972년 조광운(가운데) 박사가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고 찍은 기념사진./인천일보 DB
▲ 1972년 조광운(가운데) 박사가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고 찍은 기념사진./인천일보 DB

▲조광운 박사

1899년 9월18일 경인철도가 인천서 첫 기적을 울린 같은 해 5월20일 인천 동구 화수동에서 태어난 조광운 박사는 우리나라 전자무선교육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19년 축현역(현 동인천역)에서 출발한 '모가(mogul)'형 탱크 증기기관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다시 경의선으로 환승해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제1호 열차를 타고 효창역, 공덕역, 서강역, 가좌역, 수색역, 능곡역, 일산역, 개성역, 평양역을 거쳐 중국 국경과 가장 가까운 곳 신의주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전자무선 기술을 습득한 인천의 젊은 청년이 바로 광운대 설립자인 조광운 박사다.

조 박사는 이때 배운 전자무선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귀국 후 최초로 조선무선강습소를 설립했다. 이것이 오늘날 광운대의 모체가 됐다. 당시 국내 최초 기술 전문교육 기관이자 전자공학과의 효시이며 정보통신교육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전자공학 교육의 선두 역할을 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으로 글로벌 교육인 Al (인공지능), 빅 데이터,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철도통합무선망(LTE-R) 등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심장이 될 수 있는 세계 최고 전자공학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현재 많은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이런 그의 선진적인 기술력은 특히 철도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는 기차가 출발역에서 다음 역을 통과할 때는 통표(通票)가 있어야 다음 역을 진입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선로를 운행하는 기차 운전허가증이었다.

통표의 종류는 원형, 사각형, 십자형, 삼각형, 마름모형 등 5가지로 구성돼 있다. 철도가 생긴 초기 과거에는 하나의 철길을 상·하행 열차가 같이 사용하는 단선(單線) 구간이 많았다. 기차가 양쪽 방향 상·하행 열차가 동시 운행하다 보면 철도 역무원 또는 기관사의 착오로 두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바로 통표였다. 기관사가 통표를 가지고 도착한 역장에게 전달해야만 다음 역으로 운행할 수 있었던 수동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이런 통표를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폐색구간으로 전환한 것도 조 박사의 공이 크다.

▲ 인천역 선로에 설치된 열차 자동 정치 장치(ATS) 위로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
▲ 인천역 선로에 설치된 열차 자동 정치 장치(ATS) 위로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
▲ 김봉택 샬롬엔지니어링 회장이 모의 운전 연습기(TDS)를 다루고 있다.
▲ 김봉택 샬롬엔지니어링 회장이 모의 운전 연습기(TDS)를 다루고 있다.

▲김봉택 샬롬엔지니어링 회장

우리나라 철도 고속화의 밑바탕에는 혁신적인 열차 제어 기술이 있었다.

특히 1986년 샬롬엔지니어링이라는 중소기업이 만든 열차 자동 정지 장치 ATS(Automatic Train Stop system)가 핵심이었다.

샬롬엔지니어링이 개발한 ATS는 열차를 제어하는 장치로, 열차가 신호에서 지시하는 속도를 초과해서 운행하는 경우에 달리던 열차를 자동 정지시키거나 경보를 울려 기관사와 철도관제사에게 위험을 알려준다.

처음 이 회사는 1986년 ATS 장치를 만들어 서울올림픽이 있던 1988년 서울에서 부산까지 경부선 열차 운행시간을 단축하려고 시도했다.

신호를 보내 속도 지시를 하고 일정한 주파수로 송출해 열차에 부착된 수신기에 전달되면 ATS 지상자로부터 받은 주파수는 차상 장치로 바뀐다. 천재지변이나 기관사가 대처하기 힘든 위급상황이 발생할 때 열차를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철도 안전의 핵심장치인 것이다.

이를 만든 샬롬엔지니어링을 이끈 이가 바로 김봉택 회장이다. 그는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과 승무원들의 편의성은 높이고 부담은 줄이기 위한 기술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그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기관사들의 안전이었다. 단 한 번의 사고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전국 철도 노선을 실제 운행 환경에 맞게 직접 운행해보는 모의 운전 연습기(TDS)를 만들었다.

열차 무선 방호장치(TRPS)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탄생했다. 김 회장은 혹시라도 모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열차 기관사가 운전실에 설치된 버튼 누르면 즉각 사고 난 열차 4㎞ 이내에 모든 열차가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열차에는 TRPS가 모두 장착돼 있다.

또한 2014년에는 장애물·탈선감지장치, 2017년에는 기관사의 안전을 위해 운전 영상 기록장치를 개발했다.

이 밖에도 철도 LTE-R 차상 단말 시험기가 있다. LTE-R이란 말 그대로 LTE를 사용하는 철도통신 방식이다. 유럽이나 중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은 현재 3G 기반인 GSM-R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더 진보된 통신기술로 철도 안전에 더욱 힘쓰고자 각국은 LTE-R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 철도산업 치열한 경쟁 구도에 대한민국 강소기업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샬롬엔지니어링도 뛰어들었다. 현재 LTE-R 기술을 개발 중인 것이다.

철도기술 발전 한길로 35년 동안 걸어온 김 회장은 중국이 고속철도 노선 11개가 한꺼번에 건설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샬롬엔지니어링은 1991년부터 꾸준히 중국의 철도 기술 관련자들과 공동 기술개발을 하고, 이를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철도 안전 시스템 제품 개발해 철도시장 확대를 견인하고자 한다. 지금의 중국을 바라보며 향후 러시아·유럽의 유라시아 대륙철도로 뻗어나갈 원동력으로 삼고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조성호 기획전문위원·드림 트레인 주식회사 대표이사

/글·사진 조성호 기획전문위원·드림 트레인 주식회사 대표이사

/정리=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