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년 능허대 한나루에서 시작된 인천항의 바닷길은 1883년 제물포조약으로 근대개항된 역사를 갖고 있다. 1974년 동양 최초로 현대식 갑문시설을 갖춘 인천내항의 4부두가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시설을 도입하면서 컨테이너 시대를 연다. 2004년 인천남항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 1단계가 개장하면서 본격적인 외항시대이자 컨테이너 물동량 시대를 맞게 된다. 2005년 인천항만공사 출범 당시 99만5463㎡에 그쳤던 인천항 배후부지는 불과 16년만인 올 7월 기준 390만3603㎡로 392% 확대됐다. 2005년 인천항 최초로 100만TEU를 달성하고 9년 뒤인 2013년 200만TEU, 4년이 지난 2017년 300만TEU 기록을 달성했다. 2005년 대비 2020년 컨테이너 물동량이 186% 증가하면서 세계 50위권 항만으로 성장했다. 2025년 예정된 인천신항 1-2단계의 완공과 함께 북미주 및 유럽 항로서비스가 추가 또는 신규 개설되면 2030년 500만TEU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가파른 성장은 지역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항만업계와 인천항만공사의 노력도 있겠지만 소음과 분진, 교통문제를 참고 견디어야 했던 지역사회의 지원과 응원,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급격한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인천의 발전을 견인했던 인천내항은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공론화 이후 근 20여년째다.

인천내항 1·8부두 재개발을 놓고 인천항만공사는 공공시설 비율 50% 이상 확보, 시민을 위한 공원·녹지 면적 확장 등의 내용으로 해양수산부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인천시는 '보존'에 힘을 싣고 있다. 인천시는 2040년 인천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1·8부두 일대를 보전용지로 결정했다. 주상복합·호텔 등 '고밀도' 개발보다는 '보존'에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다. 이는 2040 인천도시계획의 '안'보다 상업용지가 0.98㎢ 근 30만평 이상 줄어든 것이다. 백범거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인천의 역사성에 무게를 두고 '보존'을 강조했던 시민사회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내항 인근의 스마트오토밸리도 보다 시간을 두고 의견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수출산업으로 인한 도로혼잡 등 교통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천남항 우회도로는 인천신항 이전 유일한 외항 역할을 했던 인천남항의 항만기능을 사실상 폐쇄하는 조치로 항만업계는 간주하고 있다.

보안구역인 항만구역을 가로지르는 고가다리를 놓는 형태로 고가 높이를 36m로 수정했지만 여전히 컨테이너 2000TEU급 선박이 교항하기 어려운데다, 고가 높이를 높이게 되면 그만큼 도로 길이가 길어져 건설비가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조성 당시 2000억원이 넘게 들어가 현재 조성한다면 수천억원이 소요될 항만 인프라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천신항 외에 별다른 항만 인프라 구축 계획이 없는 상태여서 2030년 500만TEU 달성을 위해서는 외항 컨테이너 부두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최소 3만㎡ 이상의 대형 물류센터가 연말부터 속속 개장하면 남항 우회도로에 대한 의문점도 든다.

자유무역지역 확대·지정, 민간개발 확대도 갈등요소다.

1946년 우리나라 총수입의 94%를 처리하는 수입 물동량 처리 중심 항만이었던 인천항은 인천항만공사 출범 이후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갖춘 종합항만으로 거듭났다.

수출입별 컨테이너 물동량을 보면 수입이 2005년 56만TEU에서 2020년 162만TEU로 191% 증가한 반면 수출은 2005년 50만TEU에서 2020년 157만TEU로 216% 증가했다. 수입보다 수출 물동량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당연히 자유무역지역 확대·지정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에서도 첨단·유턴기업에 대한 자유무역지역 입주를 쉽게 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확대·지정을 요구하는 지역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수익이 난다 싶으니 민간개발도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사정사정해서 모셔왔던(?) 물류단지 입주기업도 이제는 불붙은 아파트 청약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입주가 가능한 실정이다.

1974년 이후 지난해까지 인천항은 4341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했다. 내년이면 역사적인 5000만TEU 달성이 예상된다.

2005년 인천항만공사 출범 이후 배후단지는 4배, 물동량은 3배 성장한 인천항은 이제 지역사회와 함께 손을 잡고 성장통을 치유해 나가야 한다.

 

/김칭우 경제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