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김연경 등 선수들이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연합뉴스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획득했던 여자배구가 45년년 세월을 지나 2021년, 이제 올림픽 첫 결승 진출을 노린다.

세계랭킹 11위인 한국은 6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우승 후보'인 세계랭킹 2위 브라질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이번 대회에서 주장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짜릿한 반란을 이어가는 우리 여자 배구대표팀이 이날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또 다시 이변을 일으킨다면, 올림픽 사상 최초로 이 종목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다.

물론 쉽지는 않다.

브라질과의 역대 상대 전적(18승 45패)에서 볼 수 있듯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은 분명 열세다.

가장 최근 맞대결에서도 한국은 브라질에 밀렸다.

한국은 지난달 25일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 예선 A조 첫 경기였던 브라질전에서 단 한 세트도 가져오지 못하고 세트 스코어 0대 3(10-25 22-25 19-25)으로 졌다.

하지만 며칠 사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은 지금 도쿄에서 객관적인 전력에서 모두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세계적인 팀들을 물리치고 기적의 드라마를 쓰고 있는 중이다.

특히, 4일 8강전에서 세계 4위 터키를 극적으로 꺾으면서 한국 여자대표팀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차있다.

게다가 올림픽같은 최고의 무대에서, 모든 이의 큰 관심 속에 치러지는 ‘빅매치’에선 잃을 것이 많은 강팀이 도전하는 위치인 약팀보다 부담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터키 대표팀 주장 에다 에르뎀이 한국전 패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내 감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응원해주셨던 모든 분께 정말 죄송하다. 엄청난 압박이 우리 팀을 무너뜨렸다”라고 고백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브라질도 다르지 않다.

전력에서의 열세를 ‘원팀’으로 뭉쳐 정신력과 조직력으로 극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의 상승세에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브라질은 한국에 패할 경우 말 그대로 ‘충격’에 휩싸일 처지지만, 우리 대표팀은 4강에 진출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한국은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가도, 조금 아쉬울 뿐이지 좌절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쳐 싸운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김연경도 “우리 팀은 엔트리에 들어간 모든 선수가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누구든지 경기에 뛸 준비가 돼 있는데, 이런 분위기는 우리 팀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한다”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양효진도 “이번 대회는 미련이 없을 정도로 준비를 잘했다. 항상 상대가 강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울러 대회 내내 상대 맞춤형 대응 전략으로 극적인 승리를 이끌며 최고의 ‘분석가’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번엔 어떤 작전을 들고 나올 지도 관전 포인트다.

라바리니 감독은 “서브를 누가 효과적으로 넣느냐에 따라 우리의 전략은 달라진다. 좋은 서브를 넣는 게 우리의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이 이번 대결을 통해 예선에서 브라질에 당한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사상 첫 올림픽 결승 진출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딸 수 있을 지 온 국민의 눈과 귀가 6일 저녁 펼쳐질 브라질과의 4강전을 향하고 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한국에게 진 터키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