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 한국 박정아가 공격하고 있다./연합뉴스

 

▲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김연경 등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세계 13위인 한국 여자배구가 세계 4위 터키를 쓰러트리고 도쿄올림픽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세계적인 강팀들을 차례로 물리치며 나아가는 짜릿한 반란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부 8강전에서 터키에 세트 스코어 3대 2(17-25 25-17 27-25 18-25 15-13)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주장 김연경은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8득점을 올리며 스스로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올림픽에서 여전히 ‘불꽃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박정아(16득점)와 양효진(블로킹 6개 포함 11득점), 김희진(9득점), 막내 정지윤(4득점)도 고비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김연경의 뒤를 받쳤다. 

특히, 박정아는 경기 내내 그를 겨냥한 상대의 목적타 서브를 받아내느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료들의 격려 속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 큰 대회에서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첫 세트를 먼저 내준 한국은 2•3세트를 잇따라 가져왔지만 4세트를 다시 빼앗기면서 마지막 5세트를 맞았다.

한국은 5세트 초반 3-6까지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이후 박정아의 연속 스파이크와 김희진의 블록, 상대 실책으로 7-7 균형을 맞췄다.

이후 10-10까지 팽팽히 이어지던 균형은 김연경이 연속 스파이크에 성공하고 상대 공격수 메리엠 보즈의 실수가 나오면서 깨졌다.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김연경이 책임졌다.

김연경은 5세트 13-11로 앞선 상황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로 14-11을 만들었다.

이후 상대 공격수 메리엠 보즈 공격과 우리 팀 디그 실패로 14-13까지 쫓겼지만, 김연경의 스파이크가 상대 코트에 꽂히면서 결국 터키를 울렸다.

터키는 세계적인 센터 에다 에르뎀(15득점), 이동 공격의 귀재 제흐라 귀네슈(14득점), 날개 공격수 메리엠 보즈(24득점)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김연경과 함께하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반드시 성적을 내자”는 각오로 똘똘뭉쳐 싸운 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4일 밤 9시30분에 열리는 브라질-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 경기 승자와 6일 만나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이 경기 직후 국제배구연맹(FIVB)이 업데이트한 세계랭킹에서 두계단 뛰어올라 11위를 차지했다.

한편, 세계 최정상급 레프트 김연경과 양효진, 김희진 등 우리 여자배구 황금세대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영광 재현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는 1976 몬트리올 대회에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인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메달이 없다.

2012년 런던에서 준결승에 올랐지만 일본에 패하며 4위에 머물렀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는 8강에서 네덜란드에 발목을 잡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수 생활 마지막 목표가 올림픽 메달 획득이다. 그리고 도쿄는 나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말하며 이번 대회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김연경과 동료들의 눈은 이제 2012년 런던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한다.

무엇보다 이날 터키전을 포함,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거둔 4승 중 3승이 5세트 접전에서 거둔 승리였다는 점에서 우리 선수들의 의지와 간절함을 느낄 수 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