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도, 전기도 없는 수출단지 언제까지 임·전대료 받을 건가”

- “은행, 게스트하우스, 은행, 중고매장 못 갖추는 코리아 이해 안돼"

-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에 열악한 환경개선 정식으로 건의할 계획
▲ 무함마드 지아(48·왼쪽 세번째) 비즈니스자동차협회 인터내셔널Ι 대표가 지난달 29일 인천 연수구 능해로 송도중고차수출단지 인근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장님, 이게 뭡니까? 국제도시라는데서…”

파카스탄인 무함마드 지아(48) 비즈니스자동차협회 인터내셔널Ι 대표가 지난달 29일 만난 유해광(54) 전국중고자동차수출단지 협의회장에게 쏟아낸 듣기에 민망한 불만이었다.

비즈니스자동차협회 인터내셔널Ι은 송도중고차수출단지 인근(인천시 연수구 능허대로 197)에 사무실을 내고 지난 1월 연수세무서에 사업자등록까지 마친 수출업체다. 송도중고차수출단지에서 수출업을 하는 파키스탄인은 대략 200명 선이다. 이 중 100여 명이 비즈니스자동차협회 인터내셔널Ι의 소속 회원이다. 이사진은 8명이다. 인터내셔널Ι은 국내에 체류하는 파키스탄인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문제 해결에 나서는 비영리 단체이기도 하다.

지아의 쓴소리는 “선진국이라는 ‘코리아’가 송도중고차수출단지를 이 정도밖에 운영할 수 없나?”였다. 화장실은 물론이고 전기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중고차수출단지를 운영하는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파키스탄은 2억2520만 명으로 세계 5위(국내총생산(GDP)는 2782억 달러로 세계 43위)의 인구 대국이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국내 중고차 직접 수입물량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과테말라 등 파키스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남미 우회 수입이 주로 이뤄진다. 지난해 과테말라로 수출된 국내 중고차는 1만1134대였다. 이 중 89.4%가 인천항에서 선적됐다.

▲ 2020년 1월19일 송도중고차수출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야적장 내 세워둔 수출 중고차가 불에 그을려 있다

지아는 따끔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송도중고차단지는 빼곡이 들어찬 수출 중고차로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다. 적어도 (중고차를 실어나르는)캐리어 상·하차지나 바이어 등 방문자 전용주차장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 한국인은 땅을 빌려 쓰는 외국인들의 편의는 안중에 없고 임대료나 전대료나 챙기고 있다는 에두른 표현이었다.

지아를 포함한 이사진들의 안목은 내국인의 뺨을 칠 정도였다.

“파키스탄 바이어가 취급하는 품목은 수출 중고차만이 아니다. 파키스탄 현지나 이민자 후세들이 사는 남미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부터 가전제품, 기계 등의 중고품이다. 사실 그 중고품 수출액이 훨씬 많다.”

지아의 말은 조언으로 이어진다. “중고품 매장을 만들고, 단기입국 바이어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건립하라. 그러면 중고차단지는 수익성이 훨씬 나아져 그 자체로 한 산업으로 클 수 있다”는 것이었다.

▲ 송도중고차수출단지에 수출용 중고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땅이 부족하다면 넓은 새 단지를 조성해 단지 내 할랄푸드 식당도 운영하고, 은행과 편의점 등 편의시설을 갖추면 더 많은 외국인과 수익이 생길텐데…” 자아는 유해광 회장을 힐끔 훑으며 혀를 끌끌 찼다.

지아 등 이사진은 파키스탄 주한 대사관에 인천 송도중고차수출단지 혈악한 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