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이어 두 번째 임기
명패 바꾸며 조직 개편…전문인력 양성 박차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개소

여가부 폐지론엔 “없애는 게 능사 아냐”
남녀공동군복무제엔 “지원병제 제안한다”
▲ 정정옥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가 지난 21일 인터뷰를 통해 연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여성가족재단
▲ 정정옥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가 지난 21일 인터뷰를 통해 연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성평등 가치와 성주류화 실현, 선제 의제 선도를 통해 31개 시∙군, 1300만 경기도민 모두가 공감하고 누릴 수 있는 성평등, 가족 정책플랫폼을 구축하겠다.”

개원 이래 15년 만인 지난해 12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경기도여성가족재단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재단으로 승격 후 지난 3월 대한민국 최초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를 개소해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또 여성가족부가 매년 발표하는 ‘지역 성평등지수’에서 성평등지수 최하위 지자체라는 오명을 떠안은 경기도가 민선 7기 들어 ‘레벨 2’ 지역으로 선정, 현재까지도 중상위권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는 2019년에 부임했던 정정옥 대표에게 다시 한 번 여성가족재단을 맡기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지난 16일부터 그는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 대표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며 “하고자 했던 일들을 이뤄낸 뒤 다시 혁신을 꾀하는 일엔 더 많은 고민과 연구가 뒤따른다. 31개 시∙군 도민들이 몸소 와 닿는 가족, 성평등 정책들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 기관이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역할이다. 지난 임기 동안 경기도의 성평등, 가족 분야의 혁신을 모색했다면 이번 임기엔 혁신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정책들이 정착될 수 있도록 안정화에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라고 연임 소회를 밝혔다.

연초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출범과 동시에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경영기획실은 기획조정실로, 교육사업실은 정책사업실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전문인력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단은 승격 이후 조직 개편을 비롯한 포럼, 사업, 캠페인 등도 활발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젠더, 가족, 노동, 일자리, 아동, 돌봄 등 6개 주제별 포럼을 추진하고 도내 산하기관 4곳과 ‘성평등한 직장문화 만들기’ 업무협약을 맺는 등 성평등교육 표준 매뉴얼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는 단연 전국 최초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개소다. 지원센터는 디지털 성범죄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도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일상 회복과 예방을 위해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여기에서는 피해자 상담, 불법 성착취물 삭제지원, 피해자 법률지원,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등이 이뤄진다. 센터가 출범한 지 4개월 남짓, 전국 최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4개월의 기적 같은 성과는 재단이 도민들에게 재단의 위상을 정립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정 대표는 “재단의 성과들은 혼자 이뤄낸 결과가 결코 아니다. 임직원들과 집행부, 도의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맺은 결실이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고 기관은 도민들의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와 ‘남녀공동군복무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정 대표가 소신 발언을 하면서 공감을 사고 있다.

그는 “조직이 일을 못 했다고 해서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 생각한다. 어느 조직이나 공과(功過)는 있기 마련이다. 폐지보다는 여가부가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예산과 권한의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또 “군 복무 문제 있어서도 남녀를 떠나 징병제 형태 대신 용병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징병제가 갖는 한계를 제도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직업으로서 군인을 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다. 전문 직업 군인에 걸맞은 적절한 보상과 제도적 뒷받침이 주어진다면 전문 군병력을 갖춰질 수 있다고 본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로 접근시키는 방식은 옳지 못하며 젠더 갈등을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분석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 정 대표는 앞으로 2년간 재단을 이끌게 된다. 

정정옥 대표는 “하루를 사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인생 모토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일하고 행동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임기를 ‘혁신’으로 이끌었다면 이번 임기 목표는 재단 운영을 안정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나아가 도내 31개 시∙군 지역사회와 활발히 소통하면서 성평등, 가족, 정책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표적 기관은 재단이라는 인식을 도민들에게 확실히 심어놓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