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 팽개치고 대권 뛰어드니 참 볼만하다
▲ 무거운 종(甬용)을 들 수 있는 힘(力력)이 있으니 용감하다(勇용). /그림=소헌

고려 의종 24년(1170년) ‘정중부 난’이 일어남으로써 무인武人정권이 수립된다. 이에 따라 문인들이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산이나 전원으로 은거한 후 시와 술을 벗삼는 풍조가 유행했다. 고려 후기에 들어 현실정치에서 벗어나 사귀던 일곱 선비, 강호에서 청담淸談에 묻힌 그들을 강좌칠현江左七賢(해좌칠현海左七賢)이라 부른다. 그들은 나이를 떠난 우정으로 대나무 숲에서 풍류하는 죽림고회竹林高會를 결성했다. 이인로, 이담지, 임춘, 오세재, 조통, 함순, 황보항. 한때 이들과 사귀었던 이규보는 그들을 향해 ‘무신정권에 대한 저항’이라고 표현하였다.

관직을 마치면 거리낌 없이 시원스럽게 물러나와 속세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생활하는 것을 용퇴勇退라고 한다. 옛 성현들은 세상을 향해 공을 이루었으면 용퇴하는 것을 가장 큰 덕으로 여겼다. 현대에 이르러 용퇴는 공직에 있어서 기수期數 문화로 나타났다. 후배가 대법관이나 총장에 오를 경우 그보다 앞선 선배들은 사표를 던지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명하복 조직에서 후배를 ‘모시면서’ 업무를 본다는 게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위공직자의 용퇴는 허울뿐인 경우가 많다. 옷만 벗었지 실제로는 또 다른 권력을 누리기 위해 저보다 강한 세력에 붙어 다른 일을 찾는 사람이 허다하다. 우리는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 공무원을 뽑는데, 이러한 제도가 그들의 용퇴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용퇴는 서로 헐뜯는 정치에서 벗어나 맑은 담론談論으로 현묘한 이치를 구현하는 삶을 본질로 삼는다.

분견강구(糞犬糠狗)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자기는 더 큰 흉이 있으면서 도리어 남의 작은 흉을 본다는 4자속담이다. ‘제 흉 열 가지 가진 놈이 남의 흉 한 가지를 본다, 뒷간 기둥이 물방앗간 기둥을 더럽다고 한다, 그슬린 돼지가 달아맨 돼지 타령한다’는 속담과도 통한다. 지금 각 당에는 이름을 다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통령후보가 가득하다. 그들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내 편 네 편이 없다. 상대가 누군지 그저 물고 뜯고 씹어대면 그만이다.

 

勇 용 [날래다 / 용감하다]

①남자나 아들을 뜻하는 男(남)에서 力(힘 력)은 밭을 가는 ‘쟁기’ 모양에서 왔다. 밭을 갈기 위해 힘이 필요했고, 그래서 ‘일꾼’이라는 뜻도 지닌다. 예로부터 밭(田전)에서 농기구(力)를 드는 노동력(力)에 의존했던 농사일은 주로 남자(男)의 몫이었다. ②用(쓸 용)은 대나무로 만든 통이다. 여기에 손잡이(_)를 넣은 甬(용)은 섬(열 말 들이 용량)이나 양쪽에 담을 쌓은 길 등 여러 가지 뜻을 지닌 글자다. ③甬(용)은 쇠로 만든 종으로도 쓰는데, 이렇게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있는 힘(力)이 있으니 용감하다(勇)는 뜻이 되었다.

 

退 퇴 [물러나다 / 쇠하다]

①뒤를 돌아보며(艮간) 걸음을 물리는(_착) 모습이 退(퇴)다. ②잘못되고 어긋나는(艮) 일을 하면 쫓아가서(_) 물러나게(退) 해야 한다.

감사원장 최재형과 검찰총장 윤석열은 국가가 부여한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채 대권을 잡겠다고 뛰쳐나왔다. 누가 봐도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행동이다. 이낙연과 정세균도 다르지 않다. 총리라는 최고의 권력을 쥐었을 때 했으면 될 일을 안 하고는 대통령이 되어 복지와 노동권을 향상하겠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판에 이름을 올렸던 무수한 자들이 대권놀음에 눈도장이라도 찍으려고 달려드는데 참으로 볼만하다. “당신은 누구를 위한 나라를 꿈꾸는가?”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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