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병점동 및 수원 당수동·금곡동
소음권역 내이지만 대규모 택지 개발
국방연 “수면 방해·청력 상실 등 수반”
정부, 군공항 규제 풀면서 대책 안 세워
“시끄러워 난리인데, 뭔 아파트를 저렇게 짓는 건지 원…”
지난 4일 오전, 화성시 병점역 인근에서 만난 주민 A(56)씨가 멀찌감치 떨어진 장소를 손가락질하며 혀를 찼다. 성냥갑처럼 대량으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였다.
머지않아 그 상공 위로 전투기가 등장했다. 꽝꽝 울리는 인근 공사현장의 소리도 묻힐 만한 정도의 천둥 같은 소음을 동반한 전투기는 일정 간격으로 비행을 거듭했다.
소음과 함께 사는 주민 삶의 공간으로 변형된 것이다. 개발을 가능하게 한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 있다.
#소음 비웃는 주택 개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기도 31개 시·군 전체 단독·공동주택 허가 면적은 5313만5640㎡ 규모로, 이 가운데 화성시(456만338㎡)가 상위권에 해당한다.
화성시는 토지 면적이 넓고 수원 등 다른 지자체와 인접성 때문에 개발 여건이 좋다. 문제는 일부 군 전투기 소음권역 안에 포함된 개발 지역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병점동이다. 병점 상공은 약 5㎞ 떨어진 지점 군공항에서 F-4, F-5 등 전투기가 뜨고 선회하고, 착륙을 위해 돌아오는 등 비행 훈련이 매일같이 벌어진다.
병점역을 끼고 27개동 건물을 올린 A아파트(지상 26층 규모)는 최대 75웨클(WECPNL·항공소음단위) 반경에 위치한다. 왕복 도로를 가운데 둔 인근에서는 행복주택 명칭의 아파트도 공사 중이다.
합쳐 3500여 세대인 두 아파트에는 7000명 넘는 인구가 거주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은 수원시도 마찬가지. 전투기 이륙 방향과 근접한 당수동·금곡동 일대에 약 7700세대, 1만8000명 계획인구에 이르는 정부의 대형 택지개발이 한창이다.
전투기 소음은 엔진 출력을 극대화하는 이륙 과정 중 그 정도가 특히 심해진다. 해당 개발지는 70웨클을 넘어 75웨클까지 높은 지수로 측정되고 있다.
주택만 아니라 같이 들어서는 학교·유치원·어린이집 시설도 소음권에 들어간다.
내년 6월 이곳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김모(35)씨는 “소음과 관련해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이 동네가 좀 심하다는 소문을 접한 뒤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국방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는 “군사시설 소음피해는 군공항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전투기가 주거지역을 포함해 넓은 반경을 통과하기 때문”이라며 “소음은 수면 방해, 청력 상실과 난청, 혈압 상승 등 정신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피해
그렇다면 실제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군공항 지역의 개발 규제를 느슨하게 풀면서, 정작 실태조사 등 기본적인 대책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추측은 가능하다. 지난해 4월 수원시가 자체 실시한 '군공항 소음영향 분석용역' 결과에 따르면 두 지역 내 75웨클 이상에 속한 공동·단독주택 거주 인구가 무려 23만641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75이상~80미만 12만1531명, 80이상~85미만 7만9693명, 85이상~90미만 2만3932명, 95이상 101명 등이다. 수원·화성 총 인구(약 200만)의 10% 이상이 피해를 보는 셈이다.
주택별 75웨클 이상 합계 인구의 경우, 수원 세류동이 2만372명으로 단독주택 거주 현황에서 가장 많았다. 공동주택은 2만8781명으로 집계된 화성 병점동이 압도적인 수치였다.
피해 인구 밀집도는 수원 금곡·고색·권선 등, 화성 진안·송산 등 5년 사이 주거시설 개발이 잇따르면서 인구가 대량으로 유입된 곳을 중심으로 높이 형성됐다.
수도권 팽창 논리에 따라 두 지역은 향후 10년 이상 높은 개발 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음 피해 확산의 시계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근거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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