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개선 힘입어 대륙철도 연계 기틀 놓다

유라시아 철도 국제표준 수립 기구
만장일치서 북한 반대로 가입 좌절
2018년 '3전4기' 끝 정회원국 자격

타 정회원국 국제 협약 체결 효과
CIQ 통관절차 거칠 때 우대 특전
'최고 권위' 장관회의 2023년 개최

동북아시아부터 동유럽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철도의 국제표준을 수립하고 관장하는 국제기구가 바로 국제철도협력기구 OSJD(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s)이다. 1956년 창설됐다.

국가별로는 러시아, 중국, 몽골, 북한,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폴란드, 슬로바키아, 알바니아 등을 비롯한 유라시아 횡단철도인 시베리아 횡단철도(TSR·Trans-Siberian Railway), 중국횡단철도(TCR·Trans-Chinese Railway), 만주횡단철도(TMR·Trans-Man churian Railway), 몽고횡단철도(MGR·Trans- Mongolian Railway)가 지나가는 철길 길목에 있는 거의 모든 국가로 참여한 총 28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었다.

이 기구는 정회원국의 장관급이 참여하는 최고 의결 회의를 열고 유라시아 대륙철도 연결에서 유럽-아시아 철도 복합 운송을 위한 국가 간 협력과 국제철도 여객 및 화물운송 협정을 위해 국제 운송표준 원칙을 수립한다.

회원국 외에도 철도 운영회사 등으로 구성된 44개의 제휴회사와 7개의 옵서버 회사(도이치반, 그리스철도, SNCF, 핀란드철도, 세르비아철도, 헝가리철도, 러시아연방 여객회사)가 참여해 철도운영과 기술 분야에서 교류 협력 활동을 하고 있다.

▲ 국제철도협력기구 참가 회원국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제철도협력기구 참가 회원국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29번째 회원국이 된 성공 스토리

철도 모든 분야에 있어 주도적인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에 철도협력기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나라별 역 내 철도 교통 신호, 표준기술, 통행 운임, 철도 운행 방식 등의 국가 간의 철도에 필요한 협약을 통한 통일된 규약을 마련하여 국가 간의 철도 운행에 문제가 없게 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미래 유라시아 대륙철도 운행을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국제철도협력기구에 가입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한국철도는 장기적으로 한반도 종단철도를 시작으로 유라시아 횡단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중국횡단철도, 만주횡단철도, 몽골횡단철도와 연결되는 철도망을 꿈꿔왔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OSJD의 회원국이 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루지 못한 우여곡절이 있다. 북한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대한민국은 정회원 가입을 목표로 국제철도협력기구 제43차 장관회의 (2015년·몽골) 제44차 장관회의(2016년·아제르바이잔) 제45차 장관회의 (2017년·러시아)에 참석해 가입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번번이 반대했고 중국이 기권했다. 다른 회원국들은 모두 찬성한 전례가 있다.

2001년 12월 경의선 철도를 건설하고 난 이후부터 국제철도협력기구 정회원 가입을 위해 달려왔던 한국 정부의 발목이 계속 잡혔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북정책과 철도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3월21일 제휴회원 가입으로만 그쳤다.

다시 2015년 6월4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제43차 국제철도협력기구 장관회의에서 한국은 가입 시도를 했으나 정회원인 북한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국제철도협력기구 정회원국 가입조건으로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을 요구하는 정관 규정 때문에 총 28개 나라에서 하나의 국가라도 반대를 하면 성사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2018년 6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제46차 OSJD 장관회의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기존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29번째 정회원국이 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당시 국제철도협력기구 한국 대표 단장인 손명수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회의 전 의제 상정에 앞서 공식연설을 통해서 대한민국이 정회원 가입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 국제철도협력기구 29개 정회원국 국기와 상징.
▲ 국제철도협력기구 29개 정회원국 국기와 상징.

▲세계 철도 산업 약진의 발판

한국은 회원국 자격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연결이 시작되는 지점으로서 국제 철도 분야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우리나라가 국제철도협력기구가 관장하고 있는 국제철도 화물운송협약(SMGS), 국제철도 여객운송협약(SMPS) 등 유라시아 철도 이용에서 중요한 국제 협약들을 타 정회원국들과 체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또 화물운송과 여객운송 분야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3대 출입국 수속인 세관 검사(Customs), 출입국 관리(Immigration), 검역(Quarantine)의 약칭인 CIQ 통관절차를 거칠 때, 회원국들 사이에는 우대를 받을 수 있다는 특전도 생긴다. 유라시아 시베리아와 중국철도, 만주철도, 몽골철도를 활용한 물동량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철도의 유라시아 철도망과의 연계를 위한 국제적 기반이 구체적으로 마련된다면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남북경협 등에도 새로운 소재가 형성될 수 있다.

 

▲2023년 국제철도협력기구 장관회의 개최지로 한국 확정

정회원으로 가입한 후 한국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고 의결 기구인 장관회의를 한국에서 열기로 두 차례나 유치한 것이다.

OSJD는 2021년과 2023년 장관회의 개최지로 대한민국을 선정했다.

OSJD 장관회의는 매년 전 회원국 철도 관련 정부기관의 장관급 인사가 참여해 OSJD 활동결과를 보고받고, 향후 유라시아 철도 정책 방향과 회원국 간 협력사항을 논의하는 기구 내 최고 권위를 가진다.

한국 정부는 올해 6월15일~18일 서울에서 회의를 열기로 하고 준비 중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다만 2023년에도 우리나라에서 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철도 물류 경쟁력을 향상하고 한반도 및 동아시아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오랜 시간 대륙철도 연결을 준비해왔다”며 “러시아, 중국, 몽골 등 유라시아 철도 운행 국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유라시아 철도망 연계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최경수 기획전문위원·샬롬엔지니어링 고문

/글·사진 최경수 기획전문위원·샬롬엔지니어링 고문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