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부평단오축제

지난 14일은 우리 민족의 3대 명절 중 하나로 꼽히는 단오였다. 코로나가 출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천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는 다양하고 풍성한 민속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부평에서는 매년 부평단오축제가 열렸다.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씨름판에 여성들이 등장해 순위를 겨루는 씨름왕 선발대회가 열렸다. 남성들 못지않은 역동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순위를 다투는 여성들의 씨름에 많은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타는 전통적인 여성상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우리말로 '수릿날'인 단오는 고된 모심기와 파종이 끝나는 음력 5월 5일을 기해 온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풍년을 기원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며 놀았던 전통의 가치가 담겨있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에 담겨있듯 남성들은 힘을 자랑하는 역동적인 씨름을 하며 단오를 즐겼다. 여성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타며 마을 남자들에게 여성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뽐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그 전통적 사고는 이제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향해가는 시대정신에 따라 여성도 씨름을 하고 남자들은 그네를 타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2021년 여가부가 발표한 '2020 지역성평등보고서' 분석 결과에서 인천시는 76.9점으로 16개 시·도(세종 제외) 증 성평등지수 10위를 차지했다. 안타깝게도 중하위권을 면치 못한 것이다, 성평등지수가 높을수록 남성 대비 여성의 수준이 높으며 성별 격차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평등지수를 평가하는 8개 분야 가운데 가족, 복지, 안전분야는 전부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개선을 위해서는 여성들의 가사노동시간 줄이기와 육아휴직의 비율을 높이는 적극적인 캠페인과 실행이 필요하다.

선거가 가까워지자 정치적 목적으로 젠더 이슈를 등장시키고 이를 통해 이득을 보려는 정치인들의 속내를 우리는 냉철하게 꿰뚫어 봐야 한다. 내년 수릿날에는 역동적인 여성들의 씨름판이 다시 열리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인천의 성평등지수 순위가 상위권에 들어가길 바란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