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항공정비산업)는 안전하게 항공기를 운항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항공기를 검사_분해_수리하는 산업이다. 개항 20년만에 인천국제공항은 항공운송능력 세계 5위권으로 성장했다. 21세기 들어 중국, 일본 등 동북아 항공 시장의 급속한 팽창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이처럼 항공기들이 쉴 틈 없이 인천공항을 드나들게 되면 항공기 정비 수요도 급증하게 된다. 그래서 2025년께 국내 MRO 시장이 4조2000억원대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10대 공항 중 유일하게 MRO 기능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한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항공 정비 수요를 손 놓고 인근 외국 공항에 빼앗기고 있다. 중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공항 도시들이 그 반사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항공기의 정비불량이 늘어 결항률이 높아지면 공항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항공 안전이다.

▶왜 이렇게 됐나. 아무데나 끼어드는, 케케묵은 '지역간 균형 발전' 논리다. 2019년 정부는 이름만 그럴싸 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항공기 중정비 산업은 사천에, 경정비는 김포공항이 맡도록 배분했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에는 오직 해외복합 MRO 업체 유치만 남겨놓았다. 하필 한반도 땅 끝 고장에다 고부가 중정비를 떼주었으니 최상의 '균형'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을 드나드는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굳이 사천으로 가느니 중국 상하이 MRO를 택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 인천 영종도에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적인 항공 MRO(항공정비산업) 기업이자 세계 최고의 화물기 개조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국영기업 IAI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그것도 중국, 인도 등 해외 유력 후보지들과 경합을 벌인 끝에 이룬 쾌거라고 한다. IAI의 첫 해외 생산기지라고도 한다. IAI는 전투기와 민항기 제작은 물론, 외국에서 만들어진 군_민 항공기의 정기적인 점검 및 개조 등에서 손꼽히는 글로벌 항공우주기업이다.

▶그런데 사천공항이 있는 경남지역 정치권에서 바로 딴지를 걸어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MRO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이 나서면 국가 균형발전을 해친다는 논리다. 이 곳 국회의원들은 올 1월 인천공항의 MRO를 원천 봉쇄하는 해괴한 법안도 내놓았다. 법 조문도 특이하다. 인천공항공사의 사업 영역에 관해 '항공기 정비업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못을 박았다. 오나 가나 우리 3류정치가 문제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랬다고, 항공기는 영종도 인천공항으로 보내는 게 순리 아닌가.

 

/정기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