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픈 주민들 고립의 벽 헐고 마을과 함께하다

2018년부터 인천공동모금회 지원받아
정신질환자 및 가족 지역사회 적응 도와
전국 최초 민간 주도형 지역사회 돌봄체계
8개 복지관 지역별 커뮤니티케어 모형 구축
인천시, 사례관리 전문 인력 늘려 측면 지원
▲ 마음소풍 사업 중 마인드케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사진제공=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
▲ 마음소풍 사업 중 마인드케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사진제공=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

코로나19 확산으로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이 늘면서 일명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을 합친 신조어)'를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자들은 코로나 블루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마음의 문을 닫고 타인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생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돌봄 지원과 관심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가 인천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추진하는 '마음소풍' 사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지역 복지관을 중심으로 전국 최초 민간 주도의 돌봄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 연수종합복지관에서 진행 중인 마음나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대상자의 모습./사진제공=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
▲ 연수종합복지관에서 진행 중인 마음나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대상자의 모습./사진제공=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

“오늘도 마음의 벽을 쌓고 하루를 보내고 있을 이들의 마음으로 소풍을 떠나봅시다.”

지난 2019년 10월 어느 가을날 한 청년이 인천 부평구의 삼산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타인을 경계하는 눈초리가 가득한 청년 A씨는 남루한 복장을 하고 있어 흡사 노숙인 같았다. 사회복지사는 A씨와 수차례 대화를 나누려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냉랭한 반응뿐이었다.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혔던 A씨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고 정신질환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했다. 복지관과 마을 주민들은 '마음소풍' 사업을 통해 A씨 마음의 문을 열고자 노력했다. 주민들은 수급자 신청과 거주지 마련 등의 적극적인 도움을 줬다.

사회복지사는 청년과 일상생활을 함께하며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사회복지관은 인지행동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바람직한 일상생활을 하도록 패턴을 만들어줬다. 그 결과 A씨는 활기를 되찾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 마음소풍 사업 중 마인드케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계양종합사회복지관./사진제공=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
▲ 마음소풍 사업 중 마인드케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계양종합사회복지관./사진제공=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

인천지역 사회복지 현장에서 정신질환자 돌봄 서비스 일환으로 '마음소풍(마을에서 마음을 소풍한다)'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 최초로 민간 주도형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구축한 사례다. 코로나19 사태로 정신질환자들이 가정에 홀로 고립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업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2일 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에 따르면 인천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마음소풍 사업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 적응하고 주민들과 동행할 수 있도록 돕는 돌봄 서비스다. 동네에서 마주하는 정신질환자들 대상으로 정신건강 관련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마음소풍 사업은 삼산종합사회복지관을 포함해 갈산·계양·만수·부평·숭의·연수·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 등 8개 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각 복지관은 지역 특성에 맞게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 커뮤니티케어 실천 모형을 구축해 정신질환자들을 돕는다. 복지관들은 이 사업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주민으로서의 건강과 복지를 누리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

▲ 지난해 마음소풍 연구결과 보고회 모습./사진제공=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
▲ 지난해 마음소풍 연구결과 보고회 모습./사진제공=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

고성란 삼산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종합사회복지관은 주민 누구나 지역 내 좋은 접근성과 낙인감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정신질환 주민을 위한 지역 통합돌봄 체계를 견고히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는 마음소풍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름다운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강병권 인천시사회복지관협회 회장은 “인천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마음소풍 사업은 전국 최초로 민간 주도형 지역사회돌봄체계를 구축했다”며 “마음소풍 사업 최일선에서 사례관리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과 광역과 기초단위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장애인복지관, 정신과 전문의, 대학의 관련학과 교수 등 협력해주는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음이 아픈 지역 주민들이 마을에서 편안하게 소풍하는 아름다운 지역사회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마음소풍 사업의 핵심 '사례관리사'

인천시는 마음소풍 등의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확충했다. 시는 최근 지역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복지관 20곳에 사례관리 전문인력을 1명씩 보강했다. 사업비로 6억원이 투입됐다.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개입이 필요한 사례가 점차 증가하면서 인력이 확충된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 사례관리 인력 배치 평균을 확인했을 때 인천이 가장 최소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각 지역 사례관리 인력 배치 평균은 서울이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가 2.6명, 인천이 2.5명 순이다.

이번 시의 인력 지원으로 일선 복지현장에선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다. 특히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마음소풍 등의 사업에선 사례관리 인력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인력이 늘면서 프로그램 운영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복지관 설명이다.

이민우 시 복지국장은 “인천에서 지역사회 돌봄 증진을 위해 복지관별로 1명씩 사례관리 인력을 증원 배치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민과 관이 협력해 지역사회 맞춤형 정신건강 커뮤니티케어를 구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종합사회복지관별 마음소풍 사업

삼산종합사회복지관
만성 조현병 주민들의 음성 증상 완화를 위해 공감정신의학과의원과 협력해 행동 활성화 치료를 기반으로 한 당사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갈산종합사회복지관
12단계 촉진치료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알코올 사용장애 당사자들을 위한 회복 프로그램과 일상의 활동 거리를 제공하는 정신질환자 자조 모임을 진행한다.

계양종합사회복지관
만성 우울증 주민을 대상으로 취미, 여가, 정서 지원 등 소그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만수종합사회복지관
지역 내 정신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취미활동과 외부 나들이 등 여가 모임을 통한 사회적 관계 형성 모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부평중부종합사회복지관
부평정신건강복지센터와 협력해 행동 활성화 치료에 기반을 둔 소그룹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으며, 동광임파워먼트와 협력해 동료지원가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숭의종합사회복지관
미추홀구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행정복지센터 등 지역 유관기관과 만성 우울증 주민 여가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연수종합사회복지관
연수구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협력해 경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소그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
서구 지역 내 정신질환자 적응을 도모하기 위해 구청, 행정복지센터, 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례관리 담당자들끼리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민관통합돌봄 역량 강화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인천일보·인천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