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용량 한계 서울 대안은 인천발 국제철도망 구축


우리나라 서울 집중 X형 종관철도 환승·복잡한 선로전환 필요해 불합리…인천-평양·원산 고속철도 건설 대안
난공사 예상 인천공항-해주 해상구간, 강화 조류발전시설 연계시 추진 용이

도라산·제진 국제철도역 사례 대입 출입국 시설 공간·접근성 고려하면 인천항·터미널·중심가 인접 인천역과 연륙교·공간 확보 강점 운서역 적격
현 기술 수준으론 2030년 개통 가능…북한과의 교류협력 강화가 더 험난

▲인천발 세계철도의 꿈

인천국제공항은 인천의 큰 자산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유수의 공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한국이 세계 중심에 서는 데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관문인 인천공항을 매개로 인천의 미래 발전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것은 인천공항과 연계되는 간선 철도망의 구축을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하다. 인천발 세계철도의 시작은 한반도 철도의 중심화를 이루는 계획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철도는 서울에 집중된 X형 종관철도 형태다. 국토의 지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서울이라는 거대도시가 모든 것을 흡수하는 불균형이 원인이기도 하다. 인천의 남동쪽으로는 조만간 송도-초지-경부고속철도와 연결되고 서해선이 연결되지만 북동쪽, 즉 동해안과 북한지역과의 연결은 아직 계획이 불투명하다.

사실 한국의 철도는 이미 국제철도망과 연결되어 있다. 서해 쪽으로는 경의선이 2003년에, 동해 쪽으로는 동해선이 2005년에 선로가 연결되고 2007년에 열차 시험운행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천공항이 있는 인천에서는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일단 현재로써는 경인선 또는 공항철도로 서울역 또는 수색역에 각각 연결, 대륙철도와 연결할 수 있으며 용산역에서 중앙선을 거쳐 동해선에 연결할 수 있다.

그러나 환승을 전제로 하고 복잡한 선로전환을 거쳐 선로용량이 한계치에 이른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야 해 구조가 불합리한 상황이다.

지금은 새로운 노선을 개척해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인천-평양·인천-원산 간 고속철도 건설이 그것이다. 이 노선의 건설에 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제안이 되는 게 중요하다.

먼저 인천-평양 간 고속철도의 노선은 인천역-영종도-강화도-교동도-연안-해주-재령-남포(송림)-평양-경의선(대륙철도), 인천-원산 간 고속철도는 인천역-영종도-공항철도-수색-능곡-교외선-가능(의정부)-철원-평강-원산-동해선(대륙철도)으로 한다. 원칙적으로 서울을 경유하지 않으면서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북한의 주요 도시 및 대륙철도를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인천-원산 간은 기존 철도망 구축계획을 활용한다면 인천-평양 간은 전용선을 신설해야 하는데 가장 난구간으로 예상되는 구간은 아무래도 인천공항에서 해주에 이르는 해상구간일 것이다. 그러나 강화도 조류발전시설과 연계한다면 무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할 수도 있다. 또 이 간선철도망에 지선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면 TOD(대중교통 지향 개발) 개념의 한반도 교통체계가 갖춰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천에 국제철도역을!

현재 유라시아 대륙철도와 한반도 철도가 연결되는 전제로 많은 지자체에서 국제철도역(서울, 광명, 부산, 영주, 익산, 고양, 수색, 파주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에서 국제철도역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다.

인천이 항만과 항공에서 전국 최고의 수준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국제철도망을 구축하는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반도의 최대 관문인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여객이 국제열차를 바로 환승해 한반도 전역을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하며 인접 나라인 중국, 러시아까지 편리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고 또 주요 업무나 회의, 관광을 인천에서 하고, 인천공항을 통하여 입·출국할 수 있다면 인천은 육·해·공 교통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다.

인천시가 인천국제철도역을 기획하고 국제철도역이라는 기반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현재 국내에 국제철도역사는 이미 두 곳이 존재한다. 비록 국제역이라기보다는 분계역이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북한과의 교류협력 시 필요한 출입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바로 경의선의 도라산역과 동해선의 제진역이다.

도라산역의 경우 철도출입시설은 약 4만㎡(1만2000평)면적의 부지가 소요됐다. 이를 참고해 먼저 인천국제철도역의 위치로는 인천역과 영종도를 꼽을 수 있다. 국제철도역을 세우기 위해서는 출입국시설(CIQ, 세관 Customs·출입국관리 Immigration·검역Quarantine)을 갖출 수 있는 공간과 접근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인천역은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과 가깝고 시내중심지에서 접근성이 좋으며 철도 시발지로서의 철도사적인 상징성은 좋으나 공간 확보가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인천항의 기능이 폐지된 시설을 활용하여 출입시설을 계획하고 인천역 상부를 인공데크로 덮어 입체화한다면 부족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이 가까운 영종도의 운서역 인근은 공항철도와 연계가 쉽고 토지 확보가 비교적 용이하며 신도-강화도 연륙교를 입체화하여 철도·도로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기에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 중심권과의 연계교통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때마침 인천지역의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인천시의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내세워 제2공항철도 건설을 주장하고 있어 접근성 문제는 이와 연계하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송도국제도시 역시 국제철도역이 매우 필요하리라는 것은 누구라도 공감할 일이다. 더구나 인천항이나 인천공항은 이미 출입시설이 설치된 지역이므로 출입시설의 설치에 비교적 수월한 조건을 갖춘 곳이어서 유리한 점도 참고할 만하다.

인천국제철도역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한국의 기술 수준으로 본다면 2030년에 개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건설에 필요한 소요시간보다는 남북이 합의하여 교류협력시대를 여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상행 (사)남북사회기반시설 협력 네트워크 이사장·기획전문위원

/정리=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