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희극적 풍자곡 만요 바탕
음악극 '천변살롱' 인천서 낭만 선사
▲ 문학시어터에서 22일 열린 음악극 '천변살롱'의 공연 모습. /사진제공=나승열 작가

“맑은 하늘에 새가 울면/ 사랑의 노래 부르면서/ 산 넘고 물을 건너/ 님 오길 기다리는 이태리 정원/ 어서 와 주세요”

서울 청계천 변에 있는 '천변살롱'의 새로운 마담이 된 황모단은 자신의 꿈은 화려하고 멋진 정원에서 '모단 보이'들과 달콤한 미래를 꿈꾸는 것이라며 당시 최고의 무용가 최승희가 부른 '이태리 정원'을 들려준다.

1930년대 예술인과 젊은이 등 당대의 모더니스트들이 모이던 낭만과 향수가 깃든 살롱문화의 분위기가 인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소극장 문학시어터에서 22일 '만요'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으로 되살아났다.

황석정이 맡은 '천변살롱'의 주인공 '모단'은 어릴 적 동네에 들어온 유랑극단의 공연을 보고, 배우가 되기 위해 따라나선 극단이 해체되면서 서울의 유명한 기생집 명월관에서 허드렛일을 한다. '천변살롱'에 웨이트리스로 옮긴 뒤, 당시 마담이 중국 상하이로 떠나며 '천변살롱'의 새로운 마담이 되어 '모단'이라는 자신의 예명을 지어준 시인을 향한 짝사랑과 6·25전쟁으로 살롱을 떠났다가 돌아온 뒤 건물형체만 남아있는 살롱에서 지난 시간 손님들이 추억을 회상하며 '이태리 정원'을 듣는다.

황석정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선곡된 곡의 특성에 따른 '단스' 솜씨와 그에 따른 손짓, 눈짓연기와 함께 관객을 무대에 끌어내는 즉석 연기도 곁들여 작품의 현장성을 더해주며 극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만요의 코믹하면서도 애달픈 노랫가락에 맞춰 때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때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때론 30년대 레코드판 창법으로 부르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매력과 감동을 선보인다.

'나는 열일곱살이에요', '오빠는 풍각쟁이', '엉터리 대학생', '왕서방 연서', '애수의 소야곡', '이태리 정원', '외로운 가로등', '다방의 푸른 꿈' 등 10여곡이 관객들과 어우러진다.

극의 형식은 황석정이 4인조 '살롱밴드'의 연주에 맞춰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만요풍의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1인 음악극이지만, 살롱의 죽돌이 '죽석' 역의 하림이 피아노와 아코디언, 불교 집안에서 태어난 '천주쟁이' 역의 조윤정이 바이얼린, 기생질이 취미인 유학파 '변사장' 역의 고의석이 기타, 각혈하는 시인 역의 이동준이 베이스 등 연주자들이 짧은 연기와 추임새로 참여하며 극의 맛을 더해준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문학시어터 현어진 극장장은 “작은 무대에 잘 어울리는 공연이라 함께 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이번 공연은 유튜브 '문학시어터'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지만, 기획사와 협의를 통해 하반기에는 매달 1회 정도의 상설공연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