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나 시간 관리 전문가들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로 나누어 관리하라 충고한다. 작년 1월 최초 감염자 발생 후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일년을 넘겼지만 아직도 그 기세가 등등하다. 지난 한해 우리는 국가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여기에 쏟아부었다. 코로나 방역은 정말 중요하고 급한 문제였고 현재도 그렇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3월에 1차 재난지원금 14조3000억원이 전 국민에게 분배되었다. 당시 폴 크루그먼 같은 거시경제학자들이 입을 모아 팬데믹의 경제적 후폭풍을 막기 위해 어떤 경기부양책도 망설이지 말고 적극 개입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로서도 할 일을 한 셈이다. 그 후 2차 재난지원금 7조8000억원과 3차 재난지원금이 9조3000억원이 추가 지원되었다. 헬리콥터 머니 경계론도 나오기 시작하는 최근에는 4차 재난지원금이 최소 20조원 이상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사기 진작용 위로지원금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8조 규모의 가덕도국제공항 계획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100조 단위까지 올라가는 금액을 보니 인류 역사의 기념비적 사업인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30억 염기에 달하는 인간의 게놈 서열을 낱낱이 알아내겠다는 이 야심찬 계획은 1990년 당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기술로 이 계획은 인간을 달에 보내는 만큼 어려운 문제였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게놈 서열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회의론자들도 있었다. 더 현실적인 벽은 재원이었다. 비용이 너무 컸다. 난항 끝에 미국 의회의 결정으로 NIH와 에너지부가 공동으로 재원을 조성하여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그 비용이 30억달러였다. 우리 돈으로 3.3조원, 지난해 재난지원금 총액 31조원의 10분의 1이다.

2003년 완성된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세상을 바꾸고 포스트 게놈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 백신 기술의 바탕인 RNA 연구가 주목받은 것도 이때부터다. 유전자 서열분석 기술의 발전을 불러와 30억달러와 13년을 소모한 전체 게놈 분석이 이제 단 1000달러에 수 시간만에 가능하게 되었다. 이 성과는 개인 게놈분석과 정밀의학으로 연결된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민간기업 셀레라의 연구진은 후에 합성생물까지 만들었다. 경제적 지형도 바꾸었다. 2013년 미국 정부 보고서는 유전체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열리면서 36만개 이상의 직·간접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수익을 계산하면 달러 당 178달러의 수익이 창출했다. ROE가 무려 178인 사업인 셈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우리 재난지원금 10분의 1 비용을 들여 원금의 19배가 되는 수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열었다. 코로나 백신을 완성한 나라는 4개국이다. 미국 기업 모더나와 화이자는 NIH,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협력하여 백신을 상업화하였다. 영국은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협업하여 백신을 만들었다. 중국은 국영 제약회사인 시노팜에서, 러시아는 국가 소속 전염병_미생물학 센터에서 백신을 만들었다. 특히 중국은 백신뿐 아니라 유전체 사업에 대한 굴기가 대단하다. 그 중심에 있는 세계적 명성의 베이징게놈연구소(BGI)는 후진국 경제와 기술력 속에서 어떻게든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끼어든 30년 전 중국 정부의 혜안의 결과다. 우리가 초기의 방역 성과로 전세계에 K-방역의 위업을 드날렸지만, 인류 승리의 역사적 기록에는 과학적 저력으로 백신을 개발한 나라들이 오르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중요하든 아니든 급한 일을 잘 해결해 왔다. 하지만 마지막 승리는 언제나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준비한 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같은 시기에 유동성 공급과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 방법에서 비전과 혜안을 발휘하는 것이 지도자들의 몫이다.

앞으로도 수십 조가 재난지원금과 신공항 사업으로 풀릴 듯하다. 미래 가치에 대한 신념과 확신으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20배가 넘는 규모의 사업들을 특별법까지 동원해 서둘러 진행하는 것이길 바란다.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을 서두르는 것과 그것 때문에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놓치는 것들은 무능일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이다. 그 대가를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송준호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