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을 갖고 있었지만, 국가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콘크리트로 매립해 공장, 항구, 항만이 자리잡았다. 인천 해안선은 북측부터 세계 최대 쓰레기매립지, 경인항만, 발전소 밀집지, 일반산업단지, 북항만, 내항만, 남항만, 신항만, 세계 최대 LNG저장기지가 자리하고 있다. 해안선의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국가 기간산업에 인천의 해안선을 내준 것이다. 그 결과 인천시민이 즐길 수 있는 바다를 모조리 뺏겨버렸다. 이런 이유로 인천시민 상당수는 바닷가 도시에 살면서도 바닷가에 산다는 인식이 희미하다. 바닷가의 여유를 가져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송도갯벌을 매립해 만든 송도국제도시지만, 현재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인천 앞바다를 새롭게 접하게 되었다. 바다와 훌륭한 낙조, 그리고 4km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기다란 해변공원을 갖게 된 것이다. 햇빛에 따라 물색깔이 형형색색 변하고 특히 붉은 노을이 질 때 쯤이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멋진 대자연의 경관이 연출되었다.

송도 인천대교와 어우러진 석양은 사진작가들의 중요한 뷰포인트가 되었으며 외국인들도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많은 볼거리를 연출한다. 송도바다는 멋진 석양과 함께 최고의 뷰를 선사해 줄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등 각종 희귀종 철새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습지로도 지정되어 있는 이곳은 송도 주민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천시와 국토교통부는 이런 멋진 송도갯벌을 앗아가려 하고 있다. 본래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는 송도 내륙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해상고가도로 형태로 건설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를 관철시킨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약 1조3000억원의 막대한 토지가격 상승이익을 얻었다. 또한 이렇게 얻은 토지가치는 송도개발에 주로 쓰이기보다는 자산이관이라는 형태로 그 이익의 대부분이 인천시로 흘러들어갔다.

제2순환고속도로는 전액 국책사업으로 변경되었고 국토교통부는 람사르습지를 관통하지 않는 원거리외곽노선안과 지하화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람사르습지를 가장 많이 훼손하고 송도국제도시를 도로로 가두리치는 노선안을 선택했다. 예산이 가장 적게 든다는 이유였다. 국제환경조약으로 보호를 약속한 람사르습지를 훼손한다면 국가적 망신이기도 하다. 특히 송도는 GCF국제기후기금, 국제철새기구인 EAAFP 사무국을 유치한 지역이지 않은가. 지금 남은 송도습지보호지역은 송도국제도시 조성을 위해 훼손한 송도갯벌 중 남은 것이라도 지키기 위해 지정한 것이며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뉴딜 시대를 논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인천 앞바다 해상고가도로 건설은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며, 인천시민 주권침해 행위다.

또한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2020년 제29회 도로의날 행사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도로'를 제안하였다. '지하 고속도로' 개발을 추진해 '상부 녹지공간'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분해, 흡수하는 '친환경 도로'를 만들겠다는 게 국무총리의 공식 발언이다. 제2순환고속도로 국토교통부 원안은 국무총리의 최근 발언과도 완전히 상충되는 잘못된 안이라 생각한다.

인천은 해안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즐길 바다가 거의 없다. 소중한 우리 자녀들, 후대들에게 멋진 송도갯벌을 빼앗지 않으면서 제2순환고속도로를 착공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는 신속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도로 노선을 바다로 빼면서 1조3000억원의 토지매각 이득을 본 인천시도 예산을 일부 부담해서라도 람사르습지 보전과 교통난 해소, 이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도로가 신속히 착공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후대들에게 두고두고 원망받는 선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습지로 인정받는 송도람사르습지를 우리 300만 인천시민들은 반드시 지켜내야만 할 것이다.

/윤기현 인천 송도 주민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