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속에서 기쁨을

지난 주간은 전국이 정인이 사건으로 들썩였다. 고작 16개월의 생명이 자신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생을 마쳐야했던 아픔이 우리들 마음에 파고들어온, 그래서 더 이상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인 사실로 맞닥뜨려야만 했다. 엘리베이터 유모차 영상은 아이의 공포가 실질적인 형상으로 눈 앞에 드러나, 손잡이를 움켜잡은 것이 마치 내가 그 아이가 된 듯 본능적으로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가슴에 묵직한 분노마저 느껴졌다. 가여워라. 작은 생명이 그렇게 마감된 것이 정말 가엾고 아팠다.

결혼해서 꼬박 10년동안 난 아이를 갖지 못했다. 요즘이야 결혼하는 시기 자체가 늦어져서 30대 임신이 보통으로 여겨지지만, 20대 임신이 일반이었던 세대에서는 주변의 걱정어린 시선이 엄청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인공수정 8차례와 시험관아기 시술 1차례의 시도가 있었으나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교회에서 아이를 낳아 유아세례를 받는 어린 부부들을 보면서 속울음도 많이 울었고, 심지어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임신한 것을 보면 부러운 시선을 거두지 못한채 시샘으로 속을 끓인적도 많았다. 그러다가 기적적으로 첫 아이를 갖게 되었고, 결국 딸과 아들 둘을 낳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축복을 받았다! 나는 기독교 신앙인이라, 최선의 때에 최선의 것을 선물로 주시는 것임을 믿고 지금까지 여전한 사랑으로 살피시는 은혜를 고백할 따름이다.

미국 이민생활에서 여자들의 역할은 가히 수퍼우먼일 수 밖에 없다. 일과 가사업무에 우선적 책임을 가진다. 나 역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년만에 낳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베이비시터 집에 보냈는데, 요 꼬맹이가 인공 젖꼭지만 가져가면 도리질을 치면서 내뱉는터라 엄마가 계속 젖을 먹일 요량이면 아이성격 형성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 데려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에고에고..종내엔 내가 곁에 두고 가게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젖 먹이고 난 후에 잠이 들면 바구니에 뉘여놓고선 일을 하다가, 깨어나 칭얼거리면 다시 안아 보듬는 식으로 키웠다. 베이비워커에 앉아서 가게 안을 돌아다니다 손님이 들어오면 먼저 나가 손짓하는 아이에게 미국사람들은 흉을 보는 대신 네 딸이 정말 사교적이구나, 그러면서 예뻐해줬던 기억이 있다. 나이들어 아이를 낳아 키웠기에 큰 불평없이 키울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못해준 기억만 있어서 항상 미안함 마음이 여운처럼 있다.

2021년 새해에도 여전한 코로나 염려, 어쩌면 성숙치 못한 어른들의 삶의 분노가 어린 아이들에게 전가되어 벌어진 슬픈 뉴스들이 우리들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주말임에도 추운 날씨와 맞물려 꼼작없이 집에 갇혀있던 중, 친구가 보내준 음악영상으로 다소 위로를 받았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바하 코랄 프렐류드. 백발의 그가 손끝에 담아낸 음률이 위기의 순간에 일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로 전달되어졌다. ‘주 예수여 당신을 소리쳐 부르나이다’ (Ich ruf zu dir Herr Jesu) 백신이 개발되었고 정작 우리게 접종이 이뤄지면 지난 일년간 우리의 일상을 뒤흔든 혼돈 사태가 나아질런가. 주변의 상처들이 조금은 치유될 수 있을까. 눈물대신 미소가 얼굴에 묻어나올까...

인생은 아픔속에 기쁨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원망대신 감사를 찾아 나름의 평화를 구하는 노력이 요구될 듯하다. 쉬운 과정은 아닐지언정 그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것 자체로도 의미는 있을법하다. 우리 다시 그렇게 시작하자. 2021년을.

 

/Stacey Kim 시민기자 staceykim6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