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역학조사관
경기도내 1명서 70명으로
24개 시군 87명 방역 지휘

② 세월호 트라우마 센터
부지매입 비용 95억 '부활'
백지화 5년 만에 건립 의결

③ 이천 화재참사
샌드위치 패널 '시한폭탄'
법·제도부터 바로 잡아야

다사다난했던 2020년. 인천일보는 올 한해 사회 곳곳의 어두운 면을 밝게 비추고, 차가운 곳을 따뜻하게 조명한 한 해였다. 새해 벽두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도내 역학조사관 단 한 명. 메르스를 겪고도 감염병 예방 준비에 소홀했던 국가시스템 부재부터 자칫 묻힐 뻔한 젊은 경찰 간부의 안타까운 사연까지. 인천일보 보도 후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점검한다.

▲메르스 겪고도 역학조사관 1명…보도 후 지자체에 권한 이양까지 확대

감염병의 '수사관'격인 역학조사관. 역학조사관의 중요성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뼈아프게 남았던 과제였다. 5년이 흐른 올해 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병이 발병했을 때에만 해도 경기도내 역학조사관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역학조사관은 특정 감염병의 원인과 특성을 파악하는 역학조사를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방역 대책을 세우는 전문가다. 촌각을 다투는 감염병 차단에 최일선에 배치된다. 그들의 역할이 감염병 확산이냐, 차단이냐를 가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올해 초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당시 임명 권한은 시도에만 있었다.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지적에도 정부의 준비가 매우 소홀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때 '역학조사관 부족'으로 초동 대처에 한계를 느꼈으나, 제도를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19 초동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지자체에서 접촉자 격리 등과 같은 대응 권한이 없다 보니 경기도나, 질병관리본부의 지시를 기다리는 등 차질을 빚었다.

인천일보는 도내 역학조사관이 1명이고, 메르스 사태를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한 방역 책임자의 인터뷰를 잇달아 보도하면서 정부의 빠른 대책을 유도했다.

인천일보 보도 이후 경기도는 민간 역학조사관 6명을 긴급하게 채용해 현장에 파견했다. 또 정부도 인구 10만 이상 지자체에 역학조사관을 의무로 둬야 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을 개정해 9월 5일부로 시행했다. 현재 도내에서 역학조사관 70명이, 27개 시·군에 역학조사관 87명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예산 복원된 세월호 트라우마 센터…삭감된 용지매입비 24억원→96억원 복구

12월 7일 세월호참사를 비롯해 재난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치유공간인 국립 트라우마센터 건립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 7년 만이다.

'트라우마센터'는 각종 재난·재해 피해자를 돕기 위한 공간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설립 필요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약 경제성 논리에 따른 반발, 여·야 정당 대립 등에 부딪혀 추진 중단과 예산 삭감을 거듭했다. 2015년 추진된 사업은 경제 논리 등으로 백지화됐다.

그러는 사이 아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유가족 등 5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트라우마에 따른 지병으로 사망한 유가족도 6명이나 된다.

이런 내용을 인천일보가 올해 1월부터 계속 보도하자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4·16세월호 참사 피해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는 유가족과 수차례 의견을 교환해 지난 7월 439억원을 들여 센터를 건립하기로 의결했다.

인천일보는 이후에도 기재부 심사 과정에서의 진료 과목 축소, 용지매입비 삭감 등 사업추진과정을 보도했다.이는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던 용지매입비와 건설비 95억6000만원이 다시 증액된 성과로 이어졌고 세월호 가족과의 약속도 지킬 수 있게 됐다.

 

▲48명의 사상자를 낸 이천 화재참사…법 개정으로 부적합 건축자재 퇴출

'샌드위치 패널'은 올해도 38명 노동자 목숨을 앗아갔다.

이천 모가면 물류창고 외벽은 샌드위치 패널이었다. 평상시는 단열효과 등 장점이 있으나, 화재 시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다.

샌드위치 패널은 철근콘크리트보다 비교적 적은 비용이고 공사 기간도 짧아 공장 및 창고에 주로 쓰여 왔다. 안전보다 비용절감이 우선시되면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는 사업주의 안전관리의식 부족과 약한 처벌기준은 해마다 반복되는 화재사고의 원인이었다.

1999년 화성 씨랜드 화재,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등은 샌드위치 패널이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인천일보는 제도부터 바로 잡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공사현장의 편리성 탓에 사용을 불허할 근거가 부족하고, 모든 현장을 주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불에 타기 쉬워 건축에 부적합한 자재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이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건축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건축법 개정안은 '품질인정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제 샌드위치 패널은 안전 성능이나 공장 품질관리 능력을 갖춘 사업자만 생산할 수 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