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호 평택대 교수

우리 사회는 지금 모든 것이 막을 것뿐이다. 위생적으로는 방역으로 인한 어려움을 막아야 하고,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 환경적으로는 미세먼지와 환경오염 물질을 막아야 하고, 교육적으로는 언택트 시대에 발생하는 수업결손과 교육격차를 막아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불안정한 금융을 막아야 하고,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막아야 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과 부의 편향도 막아야 한다.

국방·외교적으로는 다양한 강대국의 이권 다툼 사이에서 국가 영토와 안보의 위협을 막아야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정치적으로는 각자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논리를 막아야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

사회 전반이 모든 것들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서로의 이야기 가운데 무엇을 들어볼 것인가?'에 관한 관심보다는 '너는 틀렸고 나는 맞다'라는 주장만 난무하게 된다. 놀라운 것은 막아야 하는 지점 곳곳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국민을 위해서' 자신이 스스로 멍에를 짊어졌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이 극단적으로까지 상대편의 말이나 주장을 틀어막는 행위는 오직 발전을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온통 막아야만 하는 것뿐일까? 그것은 '성장'이 없기 때문이다. 성장이 없는 시기에는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서로가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살아가기도 바쁘기 때문에 성장은 언감생심이다. 모든 것들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다 보니, 입장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들어볼까에 대한 관심보다는 '너는 틀렸으니 입을 닥치고, 나에게 복종하라'는 주장들만 난무한다.

성장이 없는 시기에 가장 보편적인 책임 회피 방식이다. 자신을 제외한 누군가가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에게 '입을 닥쳐라'는 강력한 비난성 요구만을 난발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고, 자신은 더 좋은 사회와 국가를 만들기 위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어떠한 비판도 가하면 안된다는 식이다. 이는 미래를 위해 어떠한 의심이나 토론 혹은 대안도 허용하지 않기에 독재에 불과하다.

결국 성장이 없는 사회는 막아야 하는 것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막혀버린 사회는 성장의 꿈조차 막는다. 모든 것을 막고 나면, 미래로 향하는 통로마저 막혀 버린다. 그래서 진짜 위기는 모두가 입을 다물 때이다. 입을 다문 사람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 나서고,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근본적인 윤리의식이나 책임감을 포기할 때 국가는 위기에 처한다.

반면, 성장의 시기에는 웬만한 상처가 생겨도 스스로 치유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에게 성장의 가치가 크게 느껴질 때는 상대적으로 문제의 가치는 작아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회가 함께 성장할 때는 지금과 같이 막아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마치 나무가 자라면서 생기는 생채기를 그냥 이겨내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 사회가 성장을 향해 움직여야 할 때이다. 성장은 성숙한 정치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경쟁의 전략을 설정하고 당장에 이기려고 하는 대신에 성장의 전략을 선정하고 미래에 이기고자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나아가려는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정치적 노력과 정책을 만들어 가야만 하며 여야, 지역, 정부와 민간의 구분 없이 모두가 진정한 내적 경험을 말하고, 서로 경청해야만 한다. 그랬을 때 따로 노력하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힘이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