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과 외로움이 공존하는 시간
Stacey Kim 시민기자

주말엔 어찌 시간을 보내십니까?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일하느라 총총대던 주중에야 퇴근해 돌아오면 바로 저녁식사를 하고, 운동할 요량으로 송도 공원을 걷고, 필요한 장을 보러 마켓에 들렸다 돌아와, 아주 적당히 풀어진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인 드라마 한 편을 보거나 그날의 이슈가 되었던 뉴스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일상이겠거니 하지만, 도대체 주말 시간은 어떻게 보낼 것인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하긴 미국에서 홀로 한국으로 나와 일하고 있는 60살 노인 여자의 주말이란, 단순하게 그리고 식상한 표현으로 외롭겠다라는 가정을 기본으로 묻는 것이었겠다. 주말, 너무 좋아요. 출근준비 서두르지 않은 채 널널한 아침식사를 즐기면서 온종일 작은 공간이지만 오롯이 나를 감싸주는 이 느낌에 충실하다보면 하루 금방 지나는 걸. 세수도 안한 채 가벼운 옷차림으로 편안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후후후.

주말엔 사실 아침 나절 대부분이 미국 식구들과의 전화로 채워진다.  아이들 세명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는데, 기본적으로 한국말을 알아듣기는 하되 말하기가 서툴어서 우리의 대화는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짬뽕 스타일. 그래도 난 한국말을 우선으로 하면서 가급적 아이들이 한국어에 익숙해지도록 노력을 한다. 막내가 이미 21살이니까 이젠 그들 나름의 인생을 시작한 셈이라고는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가 공간을 멀리한 곳에 있기 때문에 마음 한켠에 부담이 없진 않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문자를 주고 받다가 주말이면 화상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이슈를 공유한다. 코로나가 바꾼 일상의 변화가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두고 살아가는 내 형편에도 적절하게 적용된 셈이다.  60살 된 엄마가 아직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 자부심으로 있기를 바라고, 인생 열심히 사는 것에 나이는 그저 숫자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아직 나는 영어공부를 멈추지 않을 뿐 아니라 치매예방에 좋다길래 다른 언어 공부도 시작했다. 조만간 악기 하나를 선택해 배울 생각이고, 글쓰는 것도 지속적으로 하고자 한다. 이런 일상의 과정이 나를 가다듬고 내적 성숙의 길로 이끌어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 그래서 외로움이란게 자리할 틈이 없다는 게다.

그런데 막상 둘째 녀석이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하기로 결정을 했는데, 웬걸 갑자기 그 아이가 목마르게 보고 싶어지면서 외로움을 느꼈다 하면 이율배반일까 . 둘째 아이들이 가질 법한 감성적 결핍증 Second Child Syndrome 이 혹시 있을듯 싶어 대학을 간 이후 신경을 쓰긴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무심해지기 쉽상이었다. 코로나로 학교 강의가 비대면으로 진행되어서 집으로 돌아와 있던 차에, 연말 연시를 엄마와 보내겠다며 온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지. 두 주간의 격리도 마다하고 말이다. 좁은 공간에서 불편할 수도 있으나, 이번 기회에 엄마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나누고 그 아이의 내면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외로움이여, 그대 이름이 무엇이더냐. 풍성한 내면 성숙을 일구는 동반자일 터. 이 가을에 나를 너그러움과 이해로 깊이 채우고 내 주변 지인들과 함께 다가올 sharing season을 준비해야지. 아들이 몹시 기다려진다. 

 

/Stacey Kim 시민기자 staceykim6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