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합숙소였던 '미쓰비시 줄사택'의 보존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철거한 뒤 주차장을 조성하려던 부평구의 계획에 제동을 건 곳은 문화재청이다. 문화재청은 인천시와 부평구에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엔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역사의 장소'라며 '시대적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공간으로 보존·활용 방안 모색이 필요한 근대문화유산'이라고 밝혔다.

부평동 미쓰비시 줄사택엔 역사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 있다. 일제시대 일본 육군의 군수물자 공장인 미쓰비시 제강 인천제작소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이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는 대부분 강제 동원된 조선인으로, 줄사택은 당시 이들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낡은 주택일 뿐이라며 철거를 주장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를 잡은 줄사택으로 인해 주변 분위기까지 어둡게 한다며 철거 뒤 주민편의시설을 조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부평구는 줄사택 9개 동 중 3개 동은 주민 공동이용시설과 행정복지센터를 짓기 위해 2018년 12월과 지난해 7월 2차례에 걸쳐 이미 철거했다. 나머지 6개 동 가운데 4개 동도 매입 절차를 거쳐 철거한 뒤 주차장을 조성하려고 했다.

이번 문화재청 보존 권고에 강제성은 없지만, 따르지 않으면 재협의 등의 절차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철거 계획을 당장 추진하긴 어려워졌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인근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내 일본군 무기공장인 '조병창'과 연계되는 중요한 유적이다. 문화재청 현장조사 평가 결과에서도 문화재로 등록할 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지난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이 주최한 '제17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소중한 문화유산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 나라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을 허무는 일은 순간이지만, 보존하기는 쉽지 않다. 소중한 우리의 근대문화유산을 온전히 보존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이를 역사교육의 장소로 이용해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슴 아픈 현장일수록 평화를 위한 교육 자산으로 활용해야 마땅하다. '아픈 역사'도 그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귀중한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