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문제 원인' 경찰 추정에 분통
“큰 지병이 있던 것도 아닌데, 아파서 목숨을 끊었다는 게 말이 되나요.”

지난 17일 출근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평택경찰서 30대 간부의 유가족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경찰은 간부 A(39)씨가 평소 건강 문제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유가족은 과도한 업무와 직장 내 상사의 모욕적인 언행 등을 주장하고 있다.

19일 유가족과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토요일인 17일 당직근무를 위해 새벽 집을 나섰다. 그가 사는 곳은 동탄이다.

A씨는 출근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그가 오지 않자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행방을 물었고, 가족은 연락이 닿지 않자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나섰고, 휴대전화가 꺼진 곳을 중심으로 수색하던 중 17일 오전 10시40분쯤 동삭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그를 발견했다. 평택경찰서에서 직선거리로 3㎞ 떨어진 곳이다.

2006년 경찰에 입문한 이후 승진 시험에 연이어 합격하면서 열정을 보였던 그였기에 유가족은 변고 소식을 접하고 망연자실했다.

경찰은 그가 평소 건강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은 경찰의 이런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유가족은 “A씨가 평소 부인에게 '실적 압박에 힘들다', '쉬고 싶다'와 같은 말을 은연중에 털어놓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사로부터 세평이 좋지 않다',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 등 모욕적인 언행을 들었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A씨는 올해 상반기 건강검진에서 폐 결절 소견을 받고 금연하다,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로 담배를 다시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9~11일 처가의 벼 베기 일손을 돕기 위해 휴가를 내고 가족과 예천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10일 낮 12시 40분쯤 직장에서 걸려온 전화에 매달려 4시40분까지 4시간을 업무를 봤다. 점심도 먹지 못했다.

그는 통화 직후 가족에게 평택으로 올라가 봐야 할 것 같다며 홀로 짐을 챙겼다. 곧장 평택으로 향한 그는 밤 8시쯤 경찰서에 도착했다.

다음날인 11일도 업무의 연속이었다. 휴가 마지막 날이었으나, 그는 경찰서에서 밤새 사건을 처리했고, 12~15일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 출근했다.

힘들어하는 그를 보고 부인이 휴직을 권유했으나 “복귀하면 문책당할 것 같다”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유가족은 “A씨가 지난 토요일에도 17일 당직근무를 위해 집을 나선 게 마지막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가족은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이 건강 문제로 결론짓는다면 청문감사실 등 상위기관에 정식수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유가족은 “사명감을 갖춘 경찰이었으나 직장 내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며 “경찰이 건강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을 밝혀 억울함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서 관계자는 “(세평이라는 말은) 현장 경험이 없던 A씨와 1대1 면담 당시 말한 것이고 팀원들에게 인정을 받고, 좋은 세평을 들으려면 현장도 다니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며 “또 그렇게 일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함께 일하기 싫어한다고 알려준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A씨가 건강 문제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왔고 휴직도 권고했었다”며 “현재 업무 과다로 건강 문제가 찾아와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목숨을 끊은 것 같다. 휴대전화 포렌식, 내원 기록 등을 조사해 정확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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