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구 전문가들 조언
동인천역 북광장 주변에
문화공간·병원·상가 배치
기업과 주민 상생 가능해

30년 넘게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으며 연구에 전념한 김용하(68) 박사에게 동구의 현주소를 물었다. 도시 및 건축 연구가인 그는 인천시 도시계획상임기획단장과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인천의 도시계획·근대건축을 연구했다.

김 박사는 “요즘 동구의 도시 개발을 살피면 이곳만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하지 않고 송도국제도시처럼 신도시화 개념으로 접근하려는 것 같다”며 “동구는 송도국제도시와 다른 만큼 그에 걸맞은 도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동구의 특색을 살려 조금만 관심을 갖고 개발을 한다면 역사가 있고 살기 좋은 동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공장이 떠나며 일자리가 확보되지 않고 교통이 불편한 동구에 '사람이 살기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에 김 박사는 “동인천역 북광장은 공간만 확보됐지 이용이 불편하다. 동인천역을 서울역과 신도림역과 같은 이미지로 여기면 안 된다”며 “거주할 수 있는 문화공간과 병원, 상가 등을 동인천역 북광장 주변에 배치해야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동구는 기업과 주민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역으로 충분히 재생 가능하는 게 김 박사의 분석이다. “대공장 옆에 고밀도 고층아파트를 짓는다면 이곳 주민과 공장 모두에게 해가 된다. 그런 엇박자 정책으로 동구에 사람과 공장이 모두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동구는 재래시장도 많고 평지가 아닌 산과 구릉지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이러한 특색에 맞춰 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면 작지만 강한 동구를 꿈꿀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 8월 말까지 '동구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인하대 산학협력단 최정철 교수 역시, 청년 유입을 위해 동구 전통적 요소들을 재평가할 때라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일자리나 교육은 청년층은 물론 자녀가 있는 40대, 50대를 관통하는 부분이다. 관련한 도시 기능이 떨어지면 인구는 외부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동구가 지금이라도 청년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행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인천 북광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 전통 인프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배다리 중앙시장에 있는 한복, 혼수 거리가 지닌 이야기나 특성을 살리면 전주 한옥마을처럼 재탄생 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며 “동인천 북광장 인근에 청년센터를 신설해 청년 창업 등을 꽃 피워서 현재 청년 사업이 번성 중인 인천 중구와 클러스터로 충분히 묶을 수도 있다. 동구가 앞으로 5년 정도만 청년 정책에 '올인'한다면 청년 인구가 유입되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동구에서 젊은 인구 감소가 계속되면, 지역 소멸 위기까지 갈 수 있다'고 말하는 이번 기획에 대한 관련 답변을 받기 위해 동구와 연락을 취했으나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사실, 동구 인구 문제는 현 정권의 미숙함이라기보다 과거로부터 내려온 폭탄인 걸 취재하는 입장에서도 잘 알고 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이아진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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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텅 빈 젊음·위협받는 생존] 4. 전통 인프라로 숨을 불어넣자 도시 소멸 현상은 농어촌부터 시작해 외곽 도시들을 넘어 이젠 수도권에서도 확인된다. 인천 동구는 올해부터 '도시 소멸 위기 지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학계에선 노인 인구(65세 이상) 대비 가임여성 인구(20~39세) 비율로 측정하는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으로 떨어지면 소멸 위기에 진입한 도시로 분류한다. 동구 경우 지난달 65세 이상 인구는 1만4195명인데 반해 20~39세 여성 인구는 6394명 정도다. 소멸위험지수로 따지면 0.45다. 작년 10월만 해도 0.503으로 겨우 턱걸이로 버티다가 올해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