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시장, 전례없던 수해에 막막
“구제방법 찾아달라” 호소하기도

강화 길상면 주택 반파사고 발생
인근주민 4명 마을회관 긴급대피

“오후 장사는 접고 물만 퍼 날러야 했어요.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립니다.”

10일 오전 9시30분 인천 동구 송현시장. 오색 빛을 낸 떡이 진열돼 있어야 할 염모(79)씨네 가판대는 휑했다. 40년 동안 시장에서 장사를 한 염씨는 전날 인근 공사장 쪽에서 들이닥친 흙탕물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천에서 호우경보가 발령돼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흙탕물로 엉망이 된 가게와 집안을 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염씨는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너무 놀라 청심환까지 먹었다”며 “40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난생처음 물난리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유례 없는 긴 장마로 인해 인천 지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송현시장 상인은 긴 장마에다 인근 공사장에서 흘러나온 흙탕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면서 몇몇 점포들이 피해를 입었고, 강화군 길상면에서는 한 주택이 반파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주택 안에 사람은 없었으나 인근 주민 4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인천지역엔 0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후 2시 기준 강화군 133.6㎜, 서구 공촌동 112㎜, 중구103.8㎜ 등의 강우량을 나타냈다.

특히 송현시장 상인들은 매년 장마철 호우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상인들은 시장 한쪽에 흙탕물과 함께 쓸려 내려온 쓰레기들을 모아뒀다. 과일가게 등은 물에 젖어 상한 복숭아 등 과일을 밖으로 내어놓았다.

시장에서 오랜 시간 과일 장사를 해 온 전모(71)씨는 “날 벼락을 맞은 것처럼 한순간에 물이 차올랐다”며 “감자 4개 상자와 양파, 오이 등이 흙탕물에 잠겼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어 지원받을 방법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구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서 공사장 배수구가 감당을 못하고 물이 넘쳐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공사장 안에 제방을 쌓는 등 안전조치를 한 상태다. 앞으로의 문제는 공사 현장이랑 소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도권기상청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11일까지 30~80㎜ 가량의 비가 내리고, 12일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13~14일에 비가 다시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