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9일에 전태일 사후 50주기를 맞아 '여성노동자의 과거와 현재'라는 토론회가 있었다. 1970년대와 2020년 현재의 여성노동자의 상황을 통계를 통해 비교해보고 현재의 과제를 찾아보는 토론회였다.

몇 가지 통계를 소개하자면 우선 여성의 고용율이 1970년에는 38.2%에서 2019년에는 51.6%로 13.4% 상승했다 같은 시기 남성고용률이 75.6%에서 70.7%로 4.9%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50년 동안 보다 많은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1970년에 100만명을 간신히 넘던 여성임금노동자의 수가 2019년에는 908만명으로 9배가 늘어났고 이제는 전체 노동자 중에 여성의 비율이 44.4%에 이른다. 양적으로 늘어난 것에 비해 1999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또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는 다수가 시간제 노동으로 변화되어 일자리의 질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1970년에 50%이던 성별임금격차는 꾸준히 줄었음에도 2019년에도 35.6%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이래 변함없이 1위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노동자 수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격차는 너무 느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변화 중 코로나로 더욱 관심을 모으는 의료,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총생산 비중은 1970년 0.7%에서 2019년 5%로 7배 이상 상승하였다. 이 산업의 취업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여성이다. 코로나 이후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인데 그 전선에 여성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산업의 성별임금격차는 34.5%나 되어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또 최근의 고용노동부 통계에서 2020년 2월과 5월 사이에 일자리에서 내려온 사람은 88만명인데 이 중에 여성이 57만명이었다. 남성에 비해 75%나 더 많은 타격을 입은 것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고 공적 돌봄이 멈추자 이 중 32만8000명이 육아와 가사로 자리를 옮겨 비경활인구로 바뀌었다.

이처럼 이 짧은 시기에 준비 없이 닥친 실직과 돌봄의 짐이 여성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경제위기마다 여성이 빠르게 실직하고 돌봄을 떠맡다가 더 나쁜 고용형태의 일자리를 얻게 된다. 코로나 위기 이후는 그런 차별이 심화되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최근 2019년 가사노동시간에 대한 통계가 나왔다. 여성이 3시간10분 일하는데 남성이 48분으로 5년에 비해 22분 격차가 줄었다고 한다. 이것도 느리게 변하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에서 여성의 평등시계는 여전히 느리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