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더 많은 순환배치 추구, 유연성 제공"…역동적 전력배치 구체화
전문가 "주한미군 지역적 임무투입 가능성 증대…중국견제 협력요구 늘 것"

 

▲ [연합뉴스TV 제공]

미국 국방부가 미군의 순환배치 확대와 전략적 유연성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향후 주한미군 운용과 한반도 방위전략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순환배치 확대와 전략적 유연성 강화는 주한미군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분쟁에 투입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역동적인 전력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DFE)' 개념에 따라 아시아태평양사령부와 유럽사령부, 아프리카사령부 등 전 세계 미군 사령부를 대상으로 병력 최적화를 위한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22일 보도했다.

이런 조정 작업 과정에서 특정한 사령부의 병력이 줄어들거나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즉 주한미군 규모의 변동 가능성도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화상 세미나에서 DFE와 같은 새로운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전구(세계 미군 주둔지역)들에서 더 많은 순환 병력 배치를 계속 추구하고 싶다. 그것은 미국이 전 세계의 도전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더 큰 전략적 유연성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이 언급한 DFE 개념은 중국과 러시아 등 적성국이 미군의 작전 및 전력 투사 계획을 예측할 수 없도록 해 불확실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미군 전력을 한 곳에 붙박이로 두는 그간의 전략에서 벗어나 전 지구적으로 유연하게 이동시키겠다는 개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순환배치 확대와 전략적 유연성 강화로 이어진다.

이에 조너선 호프먼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아시아와 유럽에서 순환 병력을 더 활용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의 목적은 계속 한 나라에 상주하는 대신, 다양한 많은 지역에서 추가 동맹국들과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순환 배치 활성화가 미군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예측 불가능성을 좀 더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창권 책임연구위원은 DFE 개념은 부시 행정부가 2004년 내놓은 '지구적 군사태세 변혁'(GDPR)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설명한다.

GDPR은 유럽 등 전방배치 군사력을 미국 본토로 철수시키고, 미 본토에 있는 전력을 순환배치 및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전 지구적으로 운용한다는 개념이었다.

미국이 최근 본토에서 B-52H 장거리 폭격기와 B-1B 전략폭격기를 남중국해로 투입하고, 항공모함과 함께 훈련하는 것도 DFE 개념을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이 전략에 따라 항공모함도 7개월 배치 주기를 깨고 3개월씩 불규칙하게 운용하기도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4월 사우스다코타주 엘스워스 공군기지에 있던 B-1B 1대를 일본 인근에 투입해 미일 연합훈련을 한 것에 대해 "미국 공군의 역동적인 전력 전개(DFE) 개념을 시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군 순환배치 확대와 전략적 유연성 강화 방침을 당장 주한미군 감축 등으로 연계해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다만, 이런 방침에 따라 주한미군이 지역 및 지구적인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고, 미국의 동맹 역할 및 기여 확대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관측한다.

박 책임연구위원은 "새로운 미국 국방전략은 주한미군 전력이 지역적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대시켰다"면서 "향후 주한미군의 기동군 특수성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주한·주일미군을 빼거나 줄이는 것은 자신들의 전략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순환배치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므로 예산 형편에 따라 순환배치 병력을 줄일 수도, 늘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미국이 DFE 개념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미국 국방부가 각 부서의 예산 및 행정력 낭비 요소를 찾아내고 부대 최적화 작업을 하는 것도 결국 이런 개념 구현을 뒷받침할 비용 마련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 태평양 괌에 배치된 B-52H 5대를 본토로 이동 배치한 것도 정비와 운용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역할 및 기여 확대를 수시로 거론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것도 이런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강대국 간의 전략적 경쟁을 위해 동맹의 역할과 기여를 더욱 요구할 것"이라며 "중국의 활동을 저지하는데 연합작전,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DFE 개념에 따라 원거리 화력을 통합 및 집중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예를 들어 한반도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반도 작전을 한반도라는 지리적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범지구적인 전력을 통합적으로 운용해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