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근 경위, 발열증세에 병원 이송
미대사관 신병보호 요청·치료 도움

경찰관의 발 빠른 대처로 인천국제공항에서 4개월간 노숙생활을 이어오던 베트남계 미국인의 생명을 살렸다. 이 미국인은 2월 베트남으로 가기 위해 공항에 왔다가 코로나 탓에 입국이 차단되자 공항을 떠돌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인천공항경찰단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3시15분쯤 공항 제1국제여객터미널 3층 치안센터 앞 의자에서 발열과 발작 증세를 보이는 베트남계 미국인 A(48)씨를 발견했다. A씨의 체온은 당시 38도로 생사를 오갈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에 노윤근(55) 공항경찰단 순찰1팀 소속 경위는 코로나19 증상을 의심해 A씨를 인하대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A씨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체중이 30㎏이나 줄어 건강이 좋지 않아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동안 식당 무단 침입과 무전취식으로 연명했기 때문이다.

순찰을 통해 수개월간 A씨를 지켜보며 주한 미국대사관에 신병보호를 요청했던 노 경위는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미대사관에 협조를 구했다. 현재 A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에 머물고 있으며 미대사관은 미국의 요양시설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A씨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없어 미국에 가기 전까지 병원 치료가 필요한 실정이다. 노 경위는 미대사관과 소통하며 A씨가 당분간 머물 의료시설을 직접 찾고 있다. 과거 A씨의 기력 회복을 위해 공항 내 인하의료지원센터에 요청해 수액 공급을 돕기도 했다. 그는 미대사관에 A씨를 인계만 하고 임무를 끝낼 수도 있지만 외국인도 인권이 있고 생명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만큼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노 경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항에서 지내는 내국인과 외국인 노숙자 8명을 보내는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했다”며 “누구나 아무도 없는 타국에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A씨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